남편-내연녀 관계 영상 본 아내 vs '네 자식 보여주마' 협박받은 내연녀…법원 판결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남편과 내연녀의 성관계 영상을 본 아내, 그리고 이 아내로부터 '네 남편과 자식에게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협박을 받은 내연녀가 법정에서 맞붙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아내의 편을 들어줬다.

사건은 지난 2022년 2월 아내 A 씨가 남편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한 영상을 발견하게 되면서 불거졌다. 영상 속에서 남편 B 씨와 내연녀 C 씨가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A 씨는 같은 해 7월 C 씨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네 남편과 아이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협박했다.

C 씨는 A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A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은 수원지법 형사15부(이정재 부장판사)가 맡아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졌다.

A 씨의 변호인은 배심원들에게 "간통죄가 사라지면서 통상 간통을 저지른 가해자가 되레 피해자를 명예훼손 등으로 협박하는 사례가 있다"며 "C 씨가 이 사건의 진정한 피해자가 맞는지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A 씨 측은 C 씨가 불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만나 동영상을 보자고 한 것이며,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일시적인 분노 표출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C 씨 측 변호인은 "제가 C 씨를 처음 봤을 때 (동영상 협박으로)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로 겁에 질려 자해하려 했다"며 "피고인들이 법률혼 관계인지 몰랐고 B 씨와 만난 부분은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배심원들에게 유죄를 평결해달라고 요청한 뒤 A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내려달라 구형했다.

그러나 7명의 배심원은 전원 만장일치로 A 씨에게 무죄로 평결했다. 재판부 역시 배심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A 씨가 봤던 B 씨와 C 씨의 성관계 영상은 B 씨가 몰래 찍은 것이었다. B 씨는 C 씨와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하고 돈을 갈취하려 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됐으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