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복이 내수 부진 ‘상쇄’…민간 “올해도 1%대 성장” 전망
민간소비는 1.8% 증가에 그쳐
수출·내수 사이 온도차 극명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보면 지난해 민간소비는 1.8% 증가에 그쳐 2022년 증가율 4.1%에 못 미쳤다. 지난해 4분기만 떼어서 보면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플러스가 나타난 것도 국외 소비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과 고용에 직접적으로 보탬이 되는 국내 소비가 아닌 해외여행 등에 따른 국외 소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3분기 0.2%포인트에서 4분기 -0.2%포인트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가 정부 예상을 빗나가는 수준으로 좋지 않은 한 해였다”면서 “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금리 인하도 당장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올해 역시 소비가 안 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 수출이 개선 흐름을 보이는 것이 내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1.1%,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새해 들어 지난 1~20일 기준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9.7%에 달하고, 대중국 수출액도 20개월 만에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예전처럼 수출이 경제를 이끄는 힘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장기 저성장’ 우려에 대해 “잠재성장률을 2023년 기준 2.0%로 보고 있는데, 연구기관 등의 관측에 따르면 이후 1%대, 0%대까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의 큰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적 변화이고, 생산성 저하와 중국·인도 등과의 경쟁, 세계적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이슈도 있으니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거나 잠재성장률을 올리려면 정부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도 수출이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고, 성장의 강도는 미약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은은 2%대 초반 성장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기 부진이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미국도 점차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여 대외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는 완만한 둔화세로 접어들었고, 중국과 유럽 등의 소비는 동력이 약한 상황”이라며 “결국 중국 소비 회복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의 강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민간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1%대로 예측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윤주·박채영 기자 run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경제 1.4% 성장…사실상 ‘최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