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1.4% 성장…사실상 ‘최저’
지난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0년 이후 역대 5번째 낮은 수준으로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저 수준에 해당하는 성적표다.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25일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0.6%, 지난해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0.3%)를 저점으로 2분기(0.6%), 3분기(0.6%), 4분기(0.6%)에 걸쳐 비슷한 회복세를 보였다.
연간 성장률 1.4%는 정부와 한은의 수정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한국 성장률, 경제 규모 큰 미·일에 뒤처져 ‘이례적’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며, 1960년 이후 역대 5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은 통계에서 1960년 이후 성장률을 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오일쇼크 시기인 1980년(-1.6%),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0.7%)에 각각 역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성장률이 0.8%에 그쳤고, 그다음으로 낮은 수준이 지난해 1.4%였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지난해 호조를 보인 미국(2.5%), 완화정책을 지속했던 일본(1.8% 전망)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 성장률이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미국과 일본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지난해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고, 경기가 나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고물가와 고금리,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지난해 성장률이 2022년 2.6%보다 낮은 1.4%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보면 내수는 주춤하고 수출이 전체 성장률을 이끌었다. 민간소비의 경우 재화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거주자 국외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0.2% 늘었다. 정부소비도 0.4%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등의 호조로 3.0% 성장했다.
수출은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2.6%,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0% 늘었다. 하지만 건설투자의 경우 건물·토목 건설이 모두 줄면서 4.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이 전체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고, 설비투자(0.3%포인트)와 민간소비(0.1%포인트) 등도 플러스 기여도를 나타냈다. 반면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0.7%포인트 깎아내렸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0.4%로 실질 GDP 성장률(0.6%)을 밑돌았다. 다만 지난해 연간 실질 GDI 증가율(1.4%)은 교역조건이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질 GDP 성장률(1.4%)과 같았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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