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①영업이익서 삼성전자 이기고 ②영업이익률서 테슬라 눌렀다
삼성전자 제치고 국내 영업이익 1·2위 확실시
"전 세계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대비도 필요"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양재동 형제' 현대차와 기아가 2023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긴 회사 1·2위 자리를 예약했다. 이들은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가 14년 동안 지켜 온 '국내 영업이익 일등' 자리를 빼앗았다.
나라 안팎의 불리한 여건에도 해외 판매가 증가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자동차 시장 환경은 미국 대선을 비롯해 각국 정치 환경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어 이를 잘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 15조·기아 11조 영업이익, 나란히 새 역사 썼다
25일 현대차는 2023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62조6,636억 원, 영업이익 15조1,269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 연간 실적으로 현대차가 연간 영업이익 15조 원대를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2022년 대비 영업이익은 54%(2022년 9조8,198억 원) 올랐고 매출도 14.4%(2022년 142조5,275억 원)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2.4%포인트 오른 9.3%로 집계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8.2%)보다도 높았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2514070002729)
이날 오전 기아도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99조8,084억 원, 영업이익 11조6,079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알렸다. 이 역시 2022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60.5%(2022년 7조2,331억 원), 매출도 15.3%(2022년 86조5,590억 원) 오른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역대 가장 높은 11.6%를 보였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2509580002513)
이로써 현대차·기아는 2009년 이후 국내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킨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2위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6조5,4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31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SUV 끌고 친환경차·고수익 모델 밀고
현대차·기아의 최대 실적 달성에는 미국과 유럽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 큰 힘이 됐다. 현대차의 지역별 판매량을 보면 북미에서 전년 대비 14.2%(94만9,000대→108만4,000대) 늘었고 유럽도 11.6%(57만 대→63만6,000대) 증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총 421만6,898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차 판매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내놓은 디 올 뉴 싼타페가 좋은 반응을 얻고 SUV 중심의 판매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9만8,558대가 팔렸다. SUV는 전체 판매에서 절반 넘는(53.9%)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SUV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역시 고수익 차종으로 영업이익에 크게 보탬이 됐다"며 "전체 판매량의 60% 가까이가 고수익 차종이 차지하고 있고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차의 역할도 컸다. 지난해 현대차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전년 대비 37.2% 증가한 69만5,000대를 팔았다고 알렸다. 친환경차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전 12.8%에서 16.5%로 올랐다. 기아도 전기차 판매 비중이 6.4%(2022년 5.3%)로 증가했고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대비 20.8% 증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다"며 "미국·유럽 판매 실적은 현대차그룹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인정받고 친환경차 퍼스트 무버로 입지를 굳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급변하는 세계 정치 환경에 대비 필요
지난해 더없이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올해 성장 목표를 다소 보수적으로 세워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0.6% 증가한 424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는 3.6% 증가한 320만 대를 팔겠다고 했다.
올해 글로벌 수요 위축, 경쟁 심화 등 부정적 경영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유럽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보호주의 정책을 실행하고 전기차 수요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세계 시장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영국, 독일 등에서 전기차 보급 속도를 늦추고 내연 기관차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전기차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 미국, 일본 등의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지키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차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품질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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