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종말 이후에도 뻔하고 흔한 ‘마동석 장르’, 오락용으로는 합격점 [SS무비]

함상범 2024. 1. 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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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를 두고 ‘마동석 장르’라고 한다. 무적에 가까운 힘을 가진 마동석이 절대 선의 자리에서 극악무도한 악당을 처리하는 흐름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성난 황소’, ‘악인전’ 등이 있다.

‘마동석 장르’에는 복싱을 근간으로 한 호쾌한 액션과 마동석의 사랑스러움을 활용한 유머, 마지막 빌런을 때려잡는 해피엔딩이 담겨 있다. 권선징악을 앞세운 단순한 플롯 덕분에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관객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황야’도 이전에 봐왔던 마동석 장르다. 다만 배경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다. 악어 사냥꾼 남산(마동석 분)과 지완(이준영 분) 가족과 다름없었던 수나(노정의 분)와 그의 할머니(성병숙 분)가 불온한 세력에 붙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들을 소탕하러 가는 영화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어느 날 대지진이 일어났고, 유일하게 생존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의 갈등을 그렸다면, ‘황야’는 무기를 소지한 군인들과 새로운 인체를 만들려는 광기에 사로잡힌 의사 양기수(이희준 분)가 아파트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황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양기수는 종말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인류를 만들기 위해 10대 아이들을 이용한 실험에 열중하는 인물이다. 10대의 뇌에서만 특별한 DNA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죽어도 죽지 않는 인간을 만들고, 죽은 딸을 살려낼 계획이다. 수나 역시 10대라는 이유로 양기수 일당에게 붙잡혔다. 진실을 알게 된 남산과 지완, 그리고 특수부대 출신 이은호(안지혜 분)가 아파트로 돌진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기시감이 강하게 들지만, ‘황야’는 눈이 즐겁다. 특히 종말이 온 세상을 구현한 배경이 매력적이다.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곳에서 원시시대처럼 회귀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디테일하게 그려졌다. 대부분 얼굴이 꾀죄죄하고, 이도 누렇다. 물이 부족할 때 인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세히 묘사했다.

마동석을 활용한 액션 개그는 ‘황야’에서도 유쾌하게 표현됐다. ‘범죄도시’ 시리즈만큼 유머를 구사하진 않지만, 이야기가 지루해질 만하면 재기발랄한 코미디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마블리’(마동석과 러블리 합성어)를 활용한 유머도 적재적소에 나온다. 이미 숱하게 본 코미디 연기지만, 마동석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또 웃음이 터지고 만다.

‘황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무술감독 출신 허명행 감독이 첫 메가폰을 잡은 ‘황야’는 액션이 두드러진 포인트다. 악어를 칼 한 자루로 때려잡는 마동석의 액션이 호쾌함을 안기고 안지혜의 열연도 눈에 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기계체조 선수였던 안지혜는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설정에 맞게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마치 미국 프로레슬링을 보는 것처럼 현란한 움직임으로 남성 군인들을 때려잡는다. 액션물에 특화된 보물 같은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미 충분히 액션연기를 인정받은 이준영과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낸 노정의, 확실한 인상을 남긴 장영남과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색다른 톤으로 광기를 그린 이희준, ‘버거형’으로 유명한 박효준까지, 배우들의 열연은 ‘황야’의 장점이다.

‘황야’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반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인 양기수의 실험이 어떤 변화를 갖고 오는지 설명도 불명확하며, 설정 면에서 허술하다. 이은호의 부하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좀비처럼 변했는지, 양기수의 실험을 받은 10대 학생들의 넋이 나간 이유도 설명이 미흡하다. 오랫동안 자식을 만나지 못한 부모들은 왜 그렇게 양기수에게 충성을 다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마동석 장르’가 그래왔던 것처럼 영화가 가진 주제 의식이나 강렬한 메시지는 없다. 주인공이 결핍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선이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다. 마동석의 개인기에 상당히 의지한 영화다. 영화사적으로는 가치가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아이디어와 좋은 배우들 덕에 2시간 신나게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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