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들 때문에 농민 다 죽는다”…길 막고 폭탄 던진 유럽 농부들, 왜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1. 2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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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농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뿔났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지원금 삭감 때문에, 동유럽은 우크라이나발 농산물 덤핑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저렴한 농산물을 생산해온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농민들도 분노하고 있다.

FT는 유럽 전역의 농민시위는 각국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국산제품 공급에 힘쓰기보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생물다양성 보존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불만에서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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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유 보조금 삭감, 프랑스 면세유 폐지에 반발
동유럽은 우크라이나 농산물 덤핑에 도로 점거
EU 친환경파, 화석연료, 농약사용 규제정책 나오자
선거 앞두고 극우파 정치인들 농민 선동하기도
23일(현지시간) 새벽 농민들이 설치해 둔 짚더미 바리케이드를 차량으로 들이받아 3명의 사상자를 낸 차량. [AFP = 연합뉴스]
유럽 농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뿔났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지원금 삭감 때문에, 동유럽은 우크라이나발 농산물 덤핑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극우파 정치인들이 “좌파들의 친환경정책으로 농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이 극우파에 기댄 농민들의 시위를 달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우르술라 폰데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농업단체와 학계, 비영리기구 등과의 대화도 시작할 계획이다.

FT는 EU와 각국 정부가 예산문제와 친환경정책으로 농업 관련 규제책을 내놓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값싼 해외 농산물을 대량 수입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서유럽에서는 농민들에게 지원해주던 에너지비용 축소가 가장 큰 문제다. 독일은 예산삭감 여파로 농민들의 경유 보조금을 줄이기로 했고, 프랑스도 농업용 면세유에 대한 단계적 폐지안을 내놓았다. 이 문제로 독일에서는 연초부터 농업용 트랙터 수천 대가 도심을 장악하는 등 교통이 마비됐다. 프랑스 농민들은 건초 더미와 거름을 관공서에 던지고 폐타이어에 불을 붙이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남부의 와인생산업자들은 지방정부 건물 앞에서 소형 폭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프랑스 일부 농민들은 노란조끼까지 꺼냈다. 지난 2018년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시위, 일명 ‘노란조끼 시위’를 연상케 하며 프랑스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프랑스 남부 브루주 인근에서 시위 중인 농민들이 쌓아놓은 건초더미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저렴한 농산물을 생산해온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농민들도 분노하고 있다. 전쟁으로 수출로가 막힌 우크라이나가 밀과 설탕, 가금류 등 주요 농산물을 덤핑 수준으로 떠넘기고 있어서다. 판로를 잃은 동유럽 농민들은 트랙터로 고속도로 접경지를 막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농산물을 수출해왔는데, 바닷길이 막히자 동유럽 육로를 통해 가까운 유럽으로 농산물을 대거 보내고 있다.

이 밖에도 농민들은 EU가 보조금을 명목으로 시행중인 경작지 4% 이상에 쉬는 기간을 강제하는 제도, 특정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 등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최대 농업단체 코파 코게파는 “탈탄소화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지만, EU의 그린딜 정책은 파급효과 연구없이 하향식으로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FT는 유럽 전역의 농민시위는 각국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국산제품 공급에 힘쓰기보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생물다양성 보존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불만에서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친환경정책에 비판적인 극우파 정치인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교묘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 실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프랑스 ‘국민연합(RN)’, 폴란드 ‘연방당’ 등이 농민들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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