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가장 기대되는 선수? 바로 접니다”
KBO 최초 ‘100억 문’ 연 주인공
KIA와 ‘1+1년 최대 22억’ 도장
FA도 아닌데 40대에 다년계약
후배들 나보고 용기 얻는다니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뛸 것
우승 기억 가물…다시 때가 와
만루 땐 싹쓸이 욕심 부려야죠
프로야구 KIA 베테랑 최형우(41)는 1~2년 전부터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해달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후배들이 주인공, 이제 자신은 뒤에서 받치기만 할 테니 시선을 주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제 4번 타자보다 6번 정도에서 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KIA의 4번 타순에 가장 많이 서는 타자는 여전히 최형우다. 1983년생 최형우는 새해 시작과 함께 KIA와 1+1년 최대 22억원의 계약을 했다. 올해 옵션을 채우면 내년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 2021년 맺었던 4년짜리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종료를 1년 남겨둔 상황에서 구단이 다년계약을 제안한 것은 최형우에게도 의외였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년 선수단 프로필 촬영을 새로 한 최형우를 지난 24일 만났다. “신체 나이는 30대 후반, 마음도 20대는 진작에 떠났고 서른 살 정도”인 것 같다며 먼저 ‘나이’를 강조하지만 최형우는 불혹의 문턱을 넘어온 최근 몇년간에 비해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고,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또 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최형우는 KBO리그에 100억의 문을 연 주인공이다. 2017년 FA가 돼 KIA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 40세가 넘어 FA도 아닌데 다년계약을 한 것 역시 최형우가 처음이다. 리그 역대 최초이자 유일하게 1500타점을 넘고 490개의 2루타로 역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최형우는 방출 설움을 딛고 군 복무를 마친 뒤 25세에야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15년 사이에 강렬한 활약으로 리그 최고봉에 오른 기록적인 선수다.
많은 후배가 길을 열어준 최형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최형우는 “연락해오는 후배들이 종종 있다. 대형 계약을 하고 나서 ‘형이 깔아놓은 길 우리가 따라간다’고 하고 ‘형처럼 그 나이에도 그렇게 하는 거 쉽지 않겠지만 나도 형처럼 하고 싶다’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한다”고 했다.
최형우는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또 그렇게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리그 최고참급인 최형우는 “박수 칠 때 더 열심히 해야지, 떠나지는 않겠다”면서도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30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고령 선수’라는 말을 들었던 최형우는 “그때까지만 해도 동의하지 않았다. 나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몸으로 나이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3년 전쯤부터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몇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다. 거기 맞춰서 또 다른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이 돼서도 쭉 잘 달려오던 최형우는 2021년 급격한 내리막길을 탄 적이 있다. 늘 풀타임을 뛰었던 그해 104경기에 나가 타율 0.233에 그쳤다. 최형우는 “부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몸이 변하고 있는데 내가 (운동하는 것은) 별로 변화를 주지 않았다. 몸은 아프고 슬럼프 오고 그러니 마음만 조급해했다”며 “그 뒤 생각을 많이 바꿨던 것 같다. 웨이트도 좀 더 꾸준히 하고 아주 사소한 변화지만 타격 포인트도 약간 앞으로 둔다든지 약간 엎어친다든지, 바꿔보면서 했다. 그런데 그게 작년에 비로소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2년간 2할대 중반에 머물렀던 최형우는 지난해 121경기에서 타율 0.302를 회복했고 17홈런 81타점을 쳤다. 최형우는 “젊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새로운 느낌이 왔다. 그래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나’라고 했었다. 나 자신도 내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기대를 걸면서 삼은 목표는 바로 우승이다. 전 소속팀 삼성에서도 몇번 우승을 했고 KIA 이적 후 첫 시즌이었던 2017년에도 바로 우승을 했지만 올해 맺은 2년 계약 기간 동안의 목표는 단연코 우승이다.
최형우는 “해볼 건 다 해본 것 같다. 우승을 해봤다고 하지만 마지막이 2017년, 벌써 7년이 지났다. 너무 오래돼서 가물가물하다”며 “이제 우승밖에 없다. 이제 우리 팀 상황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KIA는 타선 짜임새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이제 궤도에 오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최형우도 “KIA에 온 뒤 한동안은 더 커야 할 타자들이 많았다. 이제 어느 정도 다 올라왔다고 본다. 그동안 목표를 ‘상위권’이라고 말해왔다. 이제 그걸로는 안 된다.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기록 욕심은 없지만 전과 같이 만루가 채워졌을 때는 싹쓸이하겠다는 욕심으로, 이제 올라온 후배들과 함께 다시 한번 우승 도전 길에 나선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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