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민간 투자와 소비 수요 개선에 영향 못 미쳐…복지 지출 약화 우려”
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정부의 감세 정책이 복지 지출을 약화시키고 저성장과 양극화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감세 정책이 소비 등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란 정부 입장과 달리 “부자감세 기조는 민간 투자와 소비 수요 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사회적 재난’임에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자영업계에서는 “소비 부진으로 코로나19때 보다 장사가 안 된다”면서 소비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 민생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부족한 반면 대부분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들”이라면서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오로지 수출 대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양극화 구조의 개선 없이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저출산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관리 대응 예산을 10조8000억원 편성하는 등 민생 대책을 내놨지만 고물가 등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저임금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충분한 민생경제 회복 대책이 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어 “현 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은 건전재정 정책과 결합해 재정지출과 복지지출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세 정책으로 내수가 살고 일자리도 늘 것이라는 정부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부자감세 기조가 민간의 투자와 소비수요 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낙수효과는 2014년 박근혜정부 최경환 경제팀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한 정책 기조”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증세없는 복지’를 공언했지만 역진적인 조세인 담뱃세 증세로 귀결된 사례를 들어 “부자감세는 중산층 증세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긴급좌담회에는 전세사기 피해자와 자영업자 대표도 참석해 정부의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는 정부 제도의 결함과 공공기관의 책임 의식 결여, 제어되지 않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사회적 재난의 결과”라면서 “그러나 지금까지도 마땅히 있어야 할 예방과 구제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피해자들은 보증금 회복 방안인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를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는 ‘사적인 계약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 ‘사기는 평등하다. 재정이 없다’는 핑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부동산PF에 2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에 정말 묻고 싶다. 민생 피해에는 관심이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피해자들은 위험한 건물에 노출돼 있으며 단전단수를 염려하며 쫓겨날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총장은 “코로나19때보다 매출이 떨어졌다고 하면 안 믿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현재) 장사가 심각할 정도로 안 된다”면서 “지금은 쓸 돈이 없는 시대 같고, 말 그대로 장사가 안 된다. 부채 문제까지 겹치며 자영업이 붕괴된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줄고 있는 데다 온라인 플랫폼 거래 확산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이자 환급(캐시백) 시행 등 소상공인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채 탕감 없는 신용 대사면은 추가 대출을 통해 자영업 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확장재정을 통한 과감한 자영업 부채 탕감 및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어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대신 온누리상품권의 발행액을 늘리고 있지만 온누리상품권은 사용처 제한이 있어 그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용처 확대 등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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