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농통령` 강호동… 차기 농협회장 "확실히 하겠다"

박순원 2024. 1. 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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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자.
강호동 당선자가 25일 차기 농협중앙회장에 당선 된 후 환호하고 있다. <박순원 기자>

차기인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강호동(61) 경남합천의 율곡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강 후보는 2차 결선투표에서 781표를 얻어 464표에 그친 조덕현 동천안농협조합장 후보자를 압도적인 표차(317표)로 누르고 당선됐다.

농협중앙회장은 3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표 농민단체다. 농협회장에 '농통령'(농민 대통령)이란 별칭이 따라 붙는 이유다.

◇강호동 당선자는 누구?

이날 강 후보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씨름 선수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변신한 연예인 강호동의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는 '강호동이 이번에는 농협에 진출했다' '회장님된 강호동' '강호동, 드디어 유느님(연예인 유재석)을 넘어서다'라는 댓글을 쏟아냈다.

강 당선인은 지난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했다. 1997년 상무이사를 거쳐 2006년 율곡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5선 조합장인 강 당선인은 2020년 농협중앙회 선거에 출마했다.

간선제로 치러진 당시 선거(제24대 중앙회장)에서 강 당선인은 고배를 마셨다. 단일화에 실패해 1차투표에서 강 조합장은 56표를 얻는 데 그쳐 결선에 조차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에 이번 선거 초반부터 타 후보들에 비해 앞서 나갔다. 특히 '농촌농협' 조합장임을 강조하며 전국 농협활동을 널리 알렸다.

그는 지역 농·축협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무이자 자금 규모를 2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졌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990년 민선이 도입되면서 직선제로 치러지다가 도중에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었고, 2021년 농협법 개정으로 다시 전체 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바뀌었다

강 당선인은 "압도적인 지지는 농협을 변화시키고 농업인이 처한 어려움을 개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서 "꼭 약속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 농협이 주인이되는 농협중앙회 만들겠다"면서 "선거 운동기간 함께한 다른 여섯 후보의 공약도 받아들이고 농협을 더욱 발전 시키겠다. 확실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풀어야 할 과제 산적

강호동 당선인 앞에는 지배구조 개편과 농가소득 제고, 쌀값 보장 등 적지 않은 과제가 산적돼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강호동호 농협'은 우선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를 통합하는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는 강 당선인을 포함해 유력 후보로 꼽혔던 3명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이다.

현재 농협의 지배구조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각각의 지주로 존재하는 '1중앙회 2지주 체제'다. 강 당선인은 경제지주를 중앙회로 흡수하고 중앙회 산하에는 농협금융지주만 두는 방식으로 개편을 예고했다.

또 강 당선인은 임기 동안 '쌀값 안정'에도 농협중앙회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벼 매입자금을 3조원으로 증액하고, 자금 지원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곡 40㎏ 매입가격을 7만원선에서 사수하겠다는 게 강 당선인의 입장이다.

고령화에 따른 농업 인구 감소를 막아내는 것도 주요 과제다. 강 당선인은 청년농과 후계농을 육성해 고령화되는 농촌을 살려내야 한다는 임무를 맡았다.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작물의 적극 개발하고, 스마트농업이 농촌 전반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강 당선인은 '상호금융 독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후보자 시절 상호금융을 분리해 제1금융권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앞으로 규제를 풀어 각종 상품개발과 인력 전문성 향상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출 심사 시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고, 스마트팜 등 고부가가치 농업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도 그에게 주어진 숙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유통의 축이 이미 온라인으로 이동했지만, 농협의 농산물 유통은 여전히 공판장이나 하나로마트, 유통센터 등 오프라인 공간에 집중돼 있다. 이미 3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금융 앱의 고객을 온라인 유통 소비자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과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강 당선인은 농협중앙회 내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여전히 협동조합'이라는 인식 아래에서 금융·경제지주회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범농협 차원에서 유통 혁신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는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농산물 가격 안정과 유통구조 혁신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206만 농민을 대표해 정부와 협상하는 자리인 만큼 정부 정책의 유불리를 잘 따져가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현·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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