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렌카, 2년 연속 호주오픈 결승행.. 무실세트 행진 지속 [24 AO]
[멜버른=박성진 기자] 시즌 첫 그랜드슬램, 호주오픈의 첫 번째 결승 진출자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디펜딩 챔피언, 아리나 사벨렌카(벨라루스, 2위)다. 사발렌카가 코코 고프(미국, 4위)의 도전을 뿌리치며 2년 연속 결승에 올랐다. 지난 US오픈 결승에서의 패배를 완벽하게 복수했다. 이번 대회 무실세트 행진도 이어가며 쾌조의 컨디션을 계속해 보이고 있다.
사발렌카는 25일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단식 4강전에서 코코 고프를 7-6(2) 6-4로 꺾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됐던 1세트를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두 선수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사발렌카는 서브권을 갖고 있던 첫 번째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손쉽게 잡아냈다. 첫 게임 4포인트의 전체 랠리가 8회에 그칠 정도로 사발렌카의 서브와 함께 순식간에 랠리가 끝났다. 사발렌카는 이어 고프의 서브 게임까지 브레이크하며 2-0까지 앞서 나갔다. 고프는 첫 네 번의 서브가 모두 폴트가 될 정도로 서브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사발렌카는 5-2까지 앞서 나가며 손쉽게 1세트를 선취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첫 반전이 일어났다. 고프의 경기력이 조금 올라온 반면 사발렌카의 집중력이 흔들렸다. 고프의 서브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사발렌카가 급격히 흔들렸다.
관중의 소음으로 서브 흐름이 한 번 끊긴 사발렌카는 바로 더블폴트, 백핸드 범실로 게임을 브레이크 당했다. 고프는 이어 내리 2게임을 더 따내며 경기에서 첫 역전에 성공했다(고프 6-5).
두 번째 반전은 12번째 게임이었다. 한번에 무너지는 약점이 뚜렷했던 사발렌카이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사발렌카는 고프의 약점인 포핸드 방면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위너가 터졌고, 포스드에러를 이끌어 냈다. 이번에는 사발렌카가 브레이크하며 1세트부터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다.
사발렌카의 높은 집중력은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이어졌다. 사발렌카는 고프가 대응할 수 없는 위너를 세 차례 꽂아 넣으며 초반부터 격차를 벌렸다. 7-2, 예상보다 큰 점수 차이로 사발렌카가 1세트를 가져갔다.
고프의 서브 영점은 2세트에도 잡히지 않았다. 5개의 에이스가 있었다지만, 퍼스트 서브 정확도는 50%에 그쳤다. 1세트에 비해 경기력은 좋아졌지만, 사발렌카의 경기력도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두 선수는 서로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며 4-4 동점까지 왔다.
사발렌카의 공격력은 9번째 게임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번에도 강한 스트로크로 고프가 대응할 수 없는 샷들을 2번 연속 꽂았다. 2세트 첫 브레이크로 점수는 5-4가 됐다.
사발렌카는 결국 마지막 서브게임마저 지켰다. 2개의 결정적인 에이스가 이때 나왔다. 사발렌카의 높은 집중력, 강한 공격에 컨디션이 딱히 좋아 보이지 않았던 고프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6-4, 그렇게 사발렌카가 2세트도 가져가며 경기가 끝났다.
퍼스트 서브에서 경기가 결정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발렌카는 76%의 높은 적중율을 보인 반면, 고프는 57%로 본인의 서브 게임 우위를 살리지 못했다. 고프가 세 차례 브레이크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사발렌카의 그라운드 스트로크 실수가 이때 집중됐기 때문이었다.
패하는 경기에서 유독 언포스드에러가 많은 사발렌카인데, 오늘 경기는 28개로 나름 선방했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사발렌카는 폭격기 그 자체였다.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자 선수 중 유일한 무실세트다.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이번 여자단식에서 '사실상의 결승전'처럼 보인 이번 준결승전을 잡아내며 대회 2년 연속 우승에 한 걸음 만을 남겨 놓았다. 사발렌카는 작년 호주오픈에서 본인 통산 최초로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다.
또한 지난 US오픈 결승에서 고프에게 당한 패배도 완벽하게 설욕했다. 당시 결승에서 사발렌카는 1세트를 6-2로 가볍게 제압하고도, 2~3세트에서 범실 호러쇼를 보이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오늘 1세트 후반부로 가면서 다시금 역전패의 기운이 감돌았으나, 이번에는 사발렌카의 집중력이 끝까지 유지됐다.
반면 고프는 서브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서브가 잘 안 되니 그라운드 스트로크의 위력도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드롭샷의 빈도를 높여가며 사발렌카를 흔들어 보려 했으나 이번에는 사발렌카가 흔들리지 않았다. 고프는 생애 최초로 호주오픈 4강에 오른 것으로 이번 대회를 만족해야 했다.
사발렌카는 정친원(중국), 다야나 야스트렘스카(우크라이나) 경기의 승자와 결승전을 갖는다. 사발렌카의 대회 2연패 도전은 오는 토요일인 27일에 열린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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