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진출 신춘수 대표 "도전에 의의 두던 때는 지났죠"
"좋은 작품이라는 평이면 충분…한국 뮤지컬계에 새로운 계기 마련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마지막으로 브로드웨이 공연을 올린 지가 벌써 9년이 지났네요. 지난 도전으로 브로드웨이가 얼마나 치열한 곳인지 깨닫고 더 많은 준비를 하다 보니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신춘수(57) 오디컴퍼니 대표에게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은 잡힐 것처럼 잡히지 않는 꿈이었다. 2009년 '드림걸즈'를 시작으로 세 차례 도전장을 냈고, 2014년 '홀러 이프 야 히어 미'와 2015년 '닥터 지바고'로 두 차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지만, 번번이 실패의 쓴맛을 봤다.
자기 손으로 세운 회사가 없어질 위기에 놓일 정도로 뼈아픈 실패였지만, 신 대표는 오랜 꿈을 놓지 않았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준비하는 그는 도전이 주는 기대감과 무게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신 대표는 25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제는 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며 "뉴욕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결국 잘난 사람이다. 결국 잘해야 한다는 것이 프로듀서의 목표이고 책임"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신 대표가 단독으로 리드 프로듀서로 나서 제작과 기획을 진두지휘하는 작품이다. 한국인이 브로드웨이 공연의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대표 입장에서는 이전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공동 프로듀서와 작업해왔기에 이번 작품에 임하는 무게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그는 "혼자 리드 프로듀서를 맡는다는 것은 책임도 성과도 온전히 혼자 가져간다는 것"이라며 "단독으로 프로듀서를 맡는 경우는 브로드웨이에서도 드물다. 이 작품을 계기로 오디컴퍼니가 브로드웨이 주류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작품은 지난해 10월 트라이아웃 공연을 마치고 오는 4월 25일 브로드웨이 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본 공연을 준비하는 단계다. 무대 등을 극장에 맞게 손보는 작업이 진행 중으로 다음 달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다.
트라이아웃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 속에 막을 내렸다. 신 대표는 보통 400만 달러(한화 약 53억원) 정도를 제작비로 투자하는 트라이아웃 공연에 과감하게 600만 달러(한화 약 80억원)를 투자한 것이 브로드웨이 진출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라이아웃 공연 수익은 모두 극장이 가져가기 때문에 투자의 목적은 오로지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며 "공연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 덕분에 브로드웨이 입성도 빨라질 수 있었고, 공연을 향한 기대감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에게 실패의 경험은 더 정확한 판단을 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2022년 투자자 대상 프레젠테이션이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빠르게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무산이 준비 과정에서 유일한 위기였지만, 지난 경험 덕분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곧바로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준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략을 세워서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경험이 쌓였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택한 까닭은 개츠비의 내면을 노래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으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는 "뮤지컬은 소설이나 영화가 보여줄 수 없는 노래를 들려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작품의 배경인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음악적으로는 그 시대 재즈를 살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을 상징하는 장면인 개츠비의 성대한 파티 역시 힘을 실어 연출했다. 뮤지컬은 개츠비의 파티를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드라마에서 중요한 장면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가 '위대한 개츠비'에 걸고 있는 목표는 단순했지만 분명하다. 그는 관객과 평단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는 정말 평단의 지지를 받고 싶다"며 "개인적으로는 초등학생인 딸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걸리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망은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을 계기로 더 많은 한국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선배 프로듀서로 브로드웨이에 자리를 잡아 후배 창작진에게 미국 진출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 성공이 한국 뮤지컬에 새로운 계기를 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 되도록 책임감 있게 잘하겠습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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