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UN 대피소 포격에 수십 명 사상…미국 "이스라엘, 민간인 보호 해야"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유엔 대피소에 전차(탱크) 포탄이 날아들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도 드물게 해당 공격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24일(이하 현지시각)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토마스 화이트 가자지구 국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오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위치한 UNRWA 직업훈련센터 내 피난민 800명이 머물던 건물에 전차 포탄 두 발이 떨어져 9명이 죽고 7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화이트 국장은 해당 성명에선 공격 주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가자지구 내에서 전차를 이용하는 건 이스라엘군 뿐이다. 그는 영국 BBC 방송에 UNRWA 쪽인 이스라엘 쪽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시설의 안전을 확인 받은 상태였는데도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보호할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립 라짜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센터는 UNRWA의 가장 큰 난민 대피소 중 하나로 3만 명 가량의 난민이 피난하고 있어 사망자 수가 화이트 국장의 발표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당 센터는 유엔 시설로 명확히 표시돼 있고 이스라엘 당국에 좌표가 공유된 상태였다며 "전쟁의 기본 규칙에 대한 노골적 무시"를 규탄했다.
미국도 드물게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4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인도주의 시설과 활동가를 포함한 민간인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도 같은 날 언론 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유엔의 칸유니스 훈련센터에 대한 오늘의 공격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인, 유엔 시설,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보호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관련해 이스라엘과 쪽과 소통하고 있냐는 질문에 "민감한 외교적 대화는 비공개로 하는 것이 좋다"며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이스라엘 쪽에 직접 제기하고 있으며 계속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민간인 보호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해 왔지만 이스라엘의 특정 공격을 비난한 일은 거의 없다.
이스라엘군은 대피소 공격을 부인하고 책임을 하마스로 돌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비난 뒤 나온 성명에서 "작전 체계 조사 결과 이스라엘군은 해당 사건이 이스라엘군의 공습 혹은 포격에 의한 것임을 배제했다"며 하마스가 건물을 타격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군이 칸유니스를 포위하고 한 달 만에 최대 규모의 지상 작전을 전개 중인 가운데 발생했다. <로이터>를 보면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이 지역에 "지휘통제소, 전초 기지, 보안 본부"를 두고 있다며 "칸유니스 서부 하마스 군사 조직을 해체하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 "이 지역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지역이자 인구 밀집 지역으로 매우 구체적 행동 방식과 정밀한 작전이 필요하다"며 "대피소, 여러 병원 및 민감한 장소가 이 지역에 있고 테러리스트들이 이 장소들을 이용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세가 강화되며 칸유니스의 주요 병원들도 포위됐다고 인도주의 단체들이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23일 칸유니스에서 추가로 대피 명령을 내린 구역엔 나세르 병원 부지와 알아말 병원 부지가 포함돼 있다.
이슬람권의 적십자 격인 팔레스타인적신월사(PRCS)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24일 PRCS가 운영하는 알아말 병원과 PRCS 본부를 이스라엘군이 포위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렸으며 사방에 군용 차량이 있고 주변에서 강렬한 포격과 폭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PRCS 본부와 알아말 병원에 수천 명의 난민이 대피해 있다며 이스라엘군이 국제법과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BBC는 PRCS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 대피한 난민이 1만 3000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도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나세르 병원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대피 명령을 내리고 이 지역에서 작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으며 나세르 병원 인근에서 강력한 총격 및 폭탄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단체는 주변 도로가 너무 위험해 병원 내 850명의 환자를 포함한 수천 명이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체는 나세르 병원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중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2곳의 병원 중 하나로 전투 지역이 병원과 점점 가까워지며 부상당한 민간인들이 긴급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나세르 병원 인근에서는 지난주에도 전투가 일어나 당시 7000명 가량 모여 있던 것으로 추정된 병원 부지 내 피난민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기도 했다.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지만 타결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집트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협상을 위해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방문한 하마스 대표단이 24일에도 이집트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는 2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쪽이 최초 휴전 기간을 30일로 하는 데까진 의견을 좁혔지만 하마스 쪽은 영구 휴전에 대한 조건이 합의되기 전까진 이를 추진하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브렛 맥거크 중동 담당 특사가 교전 중단 협상 및 인도주의적 지원 촉구를 위해 중동을 순방 중이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인 논의는 "협상"으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초기 단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현진, 거리에서 괴한에 피습…병원 이송
- 가자 UN 대피소 포격에 수십 명 사상…미국 "이스라엘, 민간인 보호 해야"
- 한국은 日 기업 책임 없다는데, 日 시민단체 "식민 지배 역사 반드시 끝내자"
- 尹대통령, 과기수석에 박상욱 임명…"R&D 예산에 역할 하겠다"
- 일단 선 그은 한동훈 "제가 김건희 사과 요구한 적은 없다"
- 민주당, 비례제도 개편안 또 결론 못 내…"협상 진전 없다"
- 작년 임금 체불액 1.78조… '사상 최대'
- 국회의장, '강성희 사태'에 "경호처 과도한 대응, 재발방지 조치 필요"
- 검찰, 특활비로 회식하면서 14초 간격으로 '쪼개기 결제'
- 남북 충돌 위기에 접경지역 주민들 "가장 큰 피해는 우리…대화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