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는 무명투수였는데…” 107억 다년계약에 감격, 고퀄스는 이제 영구결번을 꿈꾼다 [오!쎈 인터뷰]
[OSEN=이후광 기자] “KT가 꼴찌였을 때 나 또한 보잘 것 없는 무명투수였다. KT 유니폼을 벗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KT 위즈 에이스 고영표(33)는 25일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 원, 옵션 12억 원)에 KT 구단 최초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2018년 황재균의 4년 88억 원을 넘어 구단 최고액의 사나이가 된 고영표는 37살이 되는 오는 2028년까지 KT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종신 KT맨을 선언한 셈이다.
계약 후 OSEN과 연락이 닿은 고영표는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 난다”라며 “구단에서 좋은 대우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막중한 책임감도 생긴다. KT 유니폼을 5년 더 입게 돼 행복하기도 하다. 팬들이 날 많이 사랑해주셔서 구단에서 다년계약을 적극 추진했던 거 같다. 구단주님, 단장님을 비롯해 프런트의 팀장님들과 형들이 내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화순고-동국대를 졸업한 고영표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1라운드 10순위로 프로에 입성한 KT 창단멤버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고영표는 2018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시즌 통산 19승을 수확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고영표의 전성기는 2021시즌부터 시작됐다. KBO리그 전설의 잠수함 이강철 감독을 만나며 마침내 풀타임 선발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2021년 26경기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를 시작으로, 2022년 28경기 182⅓이닝 13승 8패 평균자책점 3.26의 커리어하이를 썼고, 지난해에도 28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로 토종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기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5.87, 퀄리티스타트 63회를 기록했다.
고영표는 지난해에도 국내선수 기준 퀄리티스타트(21회), 이닝(174⅔) 1위, 평균자책점, 다승, WHIP(1.15), 2위 등 상위권을 독식하며 다시 한 번 리그 최고의 토종 에이스로서 입지를 굳혔다.
고영표의 지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선발투수 기록의 꽃이라 불리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다. 2021시즌부터 2시즌 연속 21번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고영표는 지난해 다시 한 번 21퀄리티스타트를 해내며 KBO리그에서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집계한 이래 최초로 3년 연속 퀄리티스타트 20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고영표는 지난해 12승으로 종전 윌리엄 쿠에바스(2019~2020), 배제성(2019~2020),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2020~2021)를 넘어 KT 구단 최초 3시즌 연속 선발투수 10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KT 역대 최다 경기 선발 등판(127경기), 최다승(55승), 최다 이닝(920⅔이닝), 최다 완봉승(4회) 등 각종 부문에서 구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투수다.
고영표는 2024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KT의 다년계약을 흔쾌히 수락했다. KT 창단멤버로서 구단을 향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KT는 내가 입단했을 때 신생팀이었고 같이 성장해왔다. 팀에 대한 애정이 많다. 꼴찌부터 1위까지 왔고, 팀이 꼴찌였을 때 나 또한 보잘 것 없는 무명투수였다. 그래서 KT 유니폼을 벗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라며 “이번에 계약하면서 구단에서 내 가치를 잘 알아봐주셨다. 거기서 또 한 번 이 팀과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107억 원 가운데 보장액이 무려 95억 원인 파격 조건에 도장을 찍은 고영표. 부담은 없을까. 그는 “부담감은 늘 있었는데 이번 계약으로 조금 더 커졌다. 책임감도 따른다”라며 “가치를 인정해주신 만큼 그 가치에 걸맞은 선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해서 부상 없이 시즌을 치러야 그런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몸 관리도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고영표는 계약 후 수원시의 대표 문화재인 장안문(화성 북문) 앞에서 다년계약을 기념하는 촬영을 했다. 프로축구에서는 이적생들이 각 팀의 지역을 상징하는 장소 또는 문화재에서 촬영을 종종 진행하지만 프로야구의 경우 KT가 사실상 최초 시도를 하며 눈길을 끌었다.
고영표는 “유튜브팀에서 영상 촬영할 때 농담 삼아 나한테 수원의 문지기를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장안문의 문지기를 한다고 말한 게 영상으로 나갔다”라며 “유튜브팀이 계약 후 장안문에서 사진을 하나 찍으면 좋을 거 같다고 제안했다. 팀의 상징적인 선수가 수원 명소에서 사진을 찍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정상급 선수의 상징인 다년계약에 골인한 고영표의 다음 목표는 KT 구단 첫 영구결번이다. 5년 계약기간 동안 지난 3년의 모습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그의 등번호 1번이 위즈파크에 영원히 새겨지는 행복한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고영표는 “선수라면 최고의 자리, 최고의 선수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영구결번이 동기부여가 되는 건 사실이다”라며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 만큼 마운드에서 5년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다. 영구결번을 목표로 삼고 최선을 다해 달려갈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5년 107억 원 잭팟을 터트리기까지 열렬한 응원을 보낸 KT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고영표는 “팬 여러분들이 나라는 선수를 정말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는 걸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이 느끼고 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야구하고 있는데 마운드에서 5년 동안 변함없는 모습, 또 밖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며,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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