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자식들 안 와"…반려동물에 37억 원 상속한 할머니

장수현 2024. 1.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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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한 할머니가 자녀 대신 반려동물에게 재산 2,000만 위안(약 37억 원)을 상속하기로 결정했다.

류씨는 "반려견과 반려묘만 내 곁을 지켰다"면서 반려동물에 2,000만 위안을 상속하고 자식들에겐 아무것도 주지 않는 내용으로 최근 유언장을 변경했다.

그는 유언장에 자신이 죽은 뒤엔 반려동물과 이들의 새끼들을 돌보는 데 모든 유산이 사용돼야 한다고 적었다.

대신 류씨는 거주지 근처 동물병원을 유산 관리자로 지명해 이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돌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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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 있는 中 할머니 유언장 변경
중국 동물병원을 유산 관리자 지정
美 오프라 윈프리도 400억 원 상속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유기동물 만남의 날에서 입양 희망자들이 유기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사 본문과는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뉴스1

중국 상하이의 한 할머니가 자녀 대신 반려동물에게 재산 2,000만 위안(약 37억 원)을 상속하기로 결정했다.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상하이 주민 류모씨는 몇 년 전 세 자녀에게 유산을 남기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류씨가 아플 때에도 찾아오지 않고 연락조차 하지 않자 마음을 바꿨다.

류씨는 "반려견과 반려묘만 내 곁을 지켰다"면서 반려동물에 2,000만 위안을 상속하고 자식들에겐 아무것도 주지 않는 내용으로 최근 유언장을 변경했다. 그는 유언장에 자신이 죽은 뒤엔 반려동물과 이들의 새끼들을 돌보는 데 모든 유산이 사용돼야 한다고 적었다.

중국에서 반려동물에게 직접 상속하는 것은 불법이다. 대신 류씨는 거주지 근처 동물병원을 유산 관리자로 지명해 이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돌보도록 했다. 중국 유언등록센터 본부 직원 천카이는 "우리였다면 반려동물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믿을 만한 사람을 임명해 동물병원 감독을 시키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때까지 얼마나 상심했겠냐", "나도 내 자식이 박대하면 집을 다른 사람에게 상속할 거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려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직·간접적으로 상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은 반려동물 신탁 제도를 활용해 보호자 사후에 새 보호자가 유산을 받아 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반려견들에게 3,000만 달러(약 400억7,700만 원)를 물려주기로 했고, 배우 베티 화이트는 2021년 사망한 뒤 키우던 골든 리트리버에 500만 달러(약 66억8,000만 원)를 남겼다.

국내도 반려동물에게 직접 유산을 상속할 방법은 없다. '동물 관리인'을 지정해 증여하는 우회 상속은 가능하다. 다만 재산을 승계한 사람이 반려동물을 돌보지 않고 재산만 가로챌 경우 처벌하거나, 이를 방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려동물 상속 수요가 생기면서 국내 금융권도 '반려동물 신탁'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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