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구창모→고영표→비FA 다년계약은 투수가 강세…100억원+α 3명 ‘FA 시장과 딴판이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확실히 비FA 다년계약 시장은 투수가 강세다.
KT 위즈가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33)와 예상대로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FA를 1년 앞둔 시점에서 5년 총액 107억원 계약을 맺었다. 옵션 12억원에 보장연봉만 95억원이다. KT가 수년간 토종 에이스 노릇을 해온 고영표를 제대로 대접했다.
비FA 다년계약은 2021-2022 오프시즌부터 KBO에서 공식 허용했다. 2021년 12월14일에 SSG 랜더스가 박종훈, 문승원과의 계약을 발표한 것부터 고영표까지 총 13명이 계약했다. 이들 중 오지환(LG 트윈스)의 비FA 다년계약이 이번 오프시즌에 취소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실제로 비 FA 다년계약자는 12명이다. 야수 6명에 투수 6명인데, 흥미로운 건 투수들이 확연히 재미를 봤다는 점이다. 12명 중 100억원이 넘는 초대형계약은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김광현, 구창모, 고영표까지 이후 3명 모두 투수다.
▲KBO리그 역대 비FA 다년계약 현황
2021년 12월14일/박종훈/SSG/5년 65억원
2021년 12월14일/문승원/SSG/5년 55억원
2021년 12월25일/한유섬/SSG/5년 60억원
2022년 2월3일/구자욱/삼성/5년 120억원
2022년 3월8일/김광현/SSG/4년 151억원
2022년 10월26일/박세웅/롯데/5년 90억원
2022년 12월17일/구창모/NC/6+1년 132억원
2023년 6월29일/이원석/키움/2+1년 10억원
2023년 10월16일/김태군/KIA/3년 25억원
2024년 1월5일/최형우/KIA/1+1년 22억원
2024년 1월20일/김성현/SSG 3년 6억원
2024년 1월25일/고영표/KT 5년 107억원
구단들은 FA 시장의 흐름과 매물, 샐러리캡, 선수의 상징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비FA 다년계약 대상자를 정하고, 에이전시와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아무래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비FA 다년계약자로 우선 고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실 2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FA 시장에선 전통적으로 야수가 강세다. 투수는 FA 자격을 얻을 때까지 잘 던졌으니 팔과 어깨에 에너지 소모가 심했고, FA 계약 이후 내리막을 탄다는 믿음이 강하다. 실제 과거 투수 FA 역사를 쭉 살펴보면 그랬다. 야수는 아무래도 이런 부담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역대 FA 계약 통산총액 순위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타자다. 탑15위에 포함된 투수는 양현종과 정우람이 전부다. 두 투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철완들이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투수들이 계약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김재윤은 4년 58억원에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했다. 그러나 6년 124억원의 오지환, 4년 78억원의 양석환(두산), 4+2년 78억원의 안치홍(한화 이글스) 등 거액 계약은 대부분 야수의 몫이다.
▲역대 FA계약 개인통산 총액 톱15
1위 양의지(두산)-277억원(2019년 125억원+2023년 152억원)
2위 김현수(LG)-230억원(2018년 115억원+2022년 115억원)
3위 최정(SSG)-192억원(2015년 86억원+2019년 106억원)
4위 강민호(삼성)-191억원(2014년 75억원+2018년 80억원+2022년 36억원)
5위 이대호(은퇴)-176억원(2017년 150억원+2021년 26억원)
6위 손아섭(NC)-162억원(2017년 98억원+2022년 64억원)
7위 나성범(KIA)-150억원(2022년 150억원)
8위 황재균(KT)-148억원(2018년 88억원+2022년 60억원)
9위 최형우(KIA)-147억원(2017년 100억원+2021년 47억원)
10위 박민우(NC)-140억원(2023년 140억원)
11위 박석민(은퇴)-130억원(2016년 96억원+2020년 34억원)
12위 안치홍(한화)-128억원(2020년 56억원+2024년 72억원)
13위 양현종(KIA)-125억5000만원(2017년 22억5000만원+2022년 103억원)
14위 오지환(LG)-124억원(2024년 124억원)
15위 정우람(한화)-123억원(2016년 84억원+2020년 39억원)
그러나 비 FA 다년계약 시장에선 투수도 타자만큼 대접받는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비FA 계약은 자기(구단) 선수와의 계약이다. 투수가 나이를 먹고 많이 던질수록 부상 확률은 높아지지만 자기 선수들은 몸 상태를 세심하게 잘 알고 계약하지 않겠나. 그래서 큰 계약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했다.
비FA 다년계약은 FA 자격을 얻기 전에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투수의 경우 그만큼 어깨와 팔이 싱싱할 때 시도할 수 있는 게 비FA 다년계약이다. 때문에 투수들은 앞으로도 FA보다 비FA 계약자들이 재미를 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래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 얘기였다. 아직 비FA 다년계약 역사가 3~4년이고, 구자욱에 이어 프랜차이즈 야수의 비FA 100억원대 대형계약도 언제든 또 나올 것이라고 봤다. 공교롭게도 현 시점까지 야수 비FA 다년계약자가 베테랑이 많았을 뿐이란 얘기다.
한편으로 이 관계자는 “요즘 꾸준히 실적을 쌓은 젊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 같다. 그러면 FA든 비FA든 다년계약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도 변수가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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