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목표치도 제시 안한 테슬라…그나마 긍정적인 것은?[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1. 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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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테슬라가 24일(현지시간) 시장 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또 차세대 전기차에 주력하면서 올해 전기차 생산량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저가형 전기차를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과 이익률이 전 분기에 비해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었다.

그럼에도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 가까이 급락했다. 이에 대해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테슬라가 올해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올해 실적과 사업 전망을 너무 두리뭉실하게 제시해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모멘텀을 찾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 /AFPBBNews=뉴스1
올해 전기차 성장률 크게 둔화
테슬라는 이날 장 마감 후 실적 보고서와 함께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가능하면 빨리 차세대 플랫폼을 시장에 내놓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 플랫폼은 자동차가 제조되는 방식을 혁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차세대 차량 출시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2024년 전기차 생산량 성장률은 지난해 성장률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 콜에서 테슬라가 "현재 두 개의 주요한 성장 물결 사이에 있다"며 첫번째 물결은 대중적인 전기차의 상용화이고 두번째 물결은 자율주행차와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지난해 전기차 인도량은 181만대로 전년 대비 38% 늘어났다. 리서치 회사인 비저블 알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올해 전기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219만대로 예상하고 있었다.

테슬라는 올해 전기차 생산량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생산량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1%가 지난해 38%에 비해 테슬라가 생각하는 "현저히" 낮은 수준인지도 알 수 없다.

테슬라는 향후 실적에 대해 어떤 가이던스도 제시하지 않고 유일하게 연초 그 해 생산량 목표치만 발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 공개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올해 생산량 성장률이 38%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것 외에 어떤 기준도 갖지 못하게 됐다.

저가형 자동차 내년 하반기 생산
머스크는 콘퍼런스 콜에서 자신이 생산 일정에 대해 "종종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현재 주력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에 대해 내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투자자들의 현재 예상과 비슷한 것이다. 테슬라 경영진의 이전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테슬라는 올해 저가형 전기차의 시제품을 공개해 주문을 받고 내년에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머스크는 앞으로 건설할 멕시코 공장이 텍사스에 이어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할 2번째 공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외에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할 공장에 대해선 올해 말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순이익·매출 모두 컨센서스 하회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79억달러로 전년 37억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는 59억달러에 달하는 일회성 세제 혜택 덕분이었다. 사업에서 창출된 이익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47%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일회성 손익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71센트로 LSEG가 조사한 시장 컨센서스 74센트에 미달했다. 이는 팩트셋이 조사한 시장 컨센서스 73센트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비용이 증가했고 AI(인공지능) 등을 포함한 연구개발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51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243억달러에 비해 3% 늘어났다. 이는 LSEG와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256억달러에 못 미치는 것이다.

매출액 성장률이 저조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전기차 평균판매단가가 4만3600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8000달러가량 낮아진 것이 주원인이었다.

이익률은 전 분기 대비 반등
다만 긍정적인 것은 이익률이 전 분기에 비해 반등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자동차 부문의 매출액총이익률은 17.1%로 전년 동기 24.3%에 비해서는 급락했지만 전 분기 16.3%에 비해서는 개선됐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6.7%에 비해서도 높은 것이다.

테슬라는 이로써 4분기 연속 매출액총이익률 하락세에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도 8.2%로 전년 동기 16%에 비해서는 급락했지만 전 분기 7.6%에 비해서는 올라갔다.

이익률 개선이 주가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테슬라가 올초부터 중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점을 고려할 때 이익률 개선세가 유지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런스는 이익률이 반등하지 않았다면 테슬라 주가가 시간외거래에서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 "테슬라서 쫓겨나기 싫다"
머스크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테슬라에 대한 자신의 의결권을 최소 25% 이상으로 올리고 싶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인 X(트위터)에 테슬라를 "AI와 로봇공학의 선두주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결권이 25%는 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다른 곳에서 AI와 로봇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이날 "무작위적인 주주 자문위원회의 표결로 쫓겨나는" 입장이 되고 싶지 않다며 테슬라에 이중 지분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나는 추가적인 경제성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매우 강력한 기술의 효과적인 관리자가 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현재 테슬라 지분율은 13%다.

"내년 옵티머스 몇 대 출시 가능"
머스크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에 대해 테슬라의 "다른 모든 가치를 합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는 4개의 바퀴를 가진 로봇일 뿐이기에" 테슬라가 자동차 부문에서 발전시킨 기술이 휴머노이드 기술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중 가장 정교한 제품"이라며 "내년에 몇 대의 옵티머스를 출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옵티머스의 기능이나 가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자신이 생산 일정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트럭, 생산 증대에 시간 걸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사이버트럭에 대해서는 "생산의 복잡성을 고려할 떄 사이버트럭은 다른 모델들보다 생산을 늘리는데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현재 사이버트럭을 연간 12만5000대 이상 생산할 여력을 가졌다. 머스크는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고 "연간 25만대 정도의 사이버트럭을 배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완전자율주행(FSD) 베타 버전 12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테슬라는 개발자의 주행 코드 없이 AI가 스스로 운전 동영상을 보고 학습해 주행하는 FSD 베타 버전 12를 일부 운전자에게 배포했다고 확인했다.

테슬라는 내부에서만 테스트하던 FSD 베타 버전 12를 최근 일부 운전자에게 배포해 외부 평가를 받고 있다.

머스크는 자사 FSD에 대해 아직 다른 자동차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 반응은?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인 댄 레비는 이날 테슬라의 실적 발표에 대해 "전반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기대치가 나왔지만 결과는 우려했던 것만큼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며 '다만 몇 가지 질문들은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FRA의 애널리스트인 게릿 넬슨은 테슬라가 차세대 전기차 생산 일정을 확정했다는 점이 "크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모델 Y의 판매량 성장세가 극도로 호조세를 보인 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사이버트럭의 생산량 증대에 대해 테슬라가 기대치를 관리하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부정적인) 생산량 가이던스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이씨카즈닷컴(iSeeCars.com)의 애널리스트인 칼 브로워는 "우리는 기업과 산업이 고도 성장과 높은 열망에서 경쟁이 증가하고 기회가 감소함에 따라 완만하고 예측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이어 "테슬라의 최근 실적은 시장 지배력이 줄어들고 주류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과 관련해 테슬라가 직면한 어려움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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