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무책임정치 `달빛철도법` 만든 의원들 총선서 반드시 심판해야"
호봉제 없애고 성과급제로 돌려야… 경험 많은 사람 우대하면 중기 인력난 해소에 도움
저출산 대책 이미 늦어… 눈 나올만큼 첫째부터 파격적 지원으로 무조건 아이 낳게 해야
AI 발달로 일자리에 변수… 엔터테인먼트·스포츠 등 관광·문화사업 인프라 투자 필요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병원 한국경총 전 회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번 총선에선 만들어서는 안 될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긴급하지도 않고 편익도 극히 의심스러운 달빛철도(대구-광주간 철도)특별법을 통과시켰어요.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무력화하고 정부의 재정권한을 침해하는 막무가내입니다. 최소 6조원이 투입되는 급하지도 않는 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다니. 발등의 불인 초저출산 대책에 더 써야지 않겠어요. 그것도 국회사상 최다 공동발의 기록인 261명이 발의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박병원 한국경총 전 회장은 일성으로 25일 국회서 통과한 달빛철도특별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회장은 정부, 금융, 기업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비즈니스를 경험한 경제정책 전문가로서 '시장경제 현인(賢人)'으로 통한다. 박 회장은 달빛철도가 무책임 정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나눠먹기의 연장이요, 부패의 담합이라 할 지경이다. 박 회장은 경제정책의 명료한 원칙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 경제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정부 정책이 얼마 안 되는 자원(목돈)을 쪼개 푼돈으로 골고루 나눠줘 흐지부지 사라지게 하는데 열중했고, 목돈을 만들어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큰 사업을 일구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푼돈주의'(사회정책)가 '목돈주의'(경제정책)를 압도하기 시작한 거지요. 정치인들이 표만 생각해 평등주의로 흐르다 보니 '되는 게 없는 나라'가 된 겁니다."
박 회장의 말을 듣고 있으면 우리 경제에 끼인 병목현상의 원인과 해법이 안개 거치듯 선명히 드러난다. 박 전 회장의 경제 전반에 대한 시야는 넓고도 깊다. 또 당장 도입해도 될 만큼 실용적이다. 발상이 상식을 깬다. 그에게 '현인' '지략가'란 별칭이 붙은 게 괜한 것이 아니다. 박 회장은 경제정책(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우리금융지주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 비즈니스경영(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싱크탱크(안민정책포럼 이사장) 분야에다 인문적 깊이(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야생화 사진개인전 3회 개최)까지 안 갖춘 것이 없을 정도로 박람강기하다.
박 회장은 경제인으로서 '국민들이 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 정치인들이 국민 눈을 속이는 법을 '찍어내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발등이 불인 초저출산에 대한 그간의 대책에 대해서도 일갈을 멈추지 않았다.
"초저출산 대책이라는 것도 한심하기 그지없어요. 왜 셋째, 둘째 낳으면 더 지원한다며 첫째를 차별합니까. 거꾸로 첫째 지원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도 안 낳는데, 둘째 셋째를 낳으면 더 많이 지원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첫째에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지원을 하고 일단 아이를 낳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녀가 짐이 아니라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둘째, 셋째도 낳으려 할 겁니다."
이밖에 우리 경제를 억누르는 고비용 구조의 밑바탕에 토지이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있다는 점, 현재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서비스산업을 제조업처럼 키우지 못한 단견이라는 점, 내수에만 매달리고 저가정책에 집착해 고급 수요를 해외로 내모는 의료·관광·교육 정책 등 경제 여러 분야에 걸쳐 고견을 들었다. 박 회장의 해법의 근저엔 언제나 일자리가 있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고 일자리가 해결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생각 않는 정책은 모두 가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1가 박 회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라이나생명 23층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가졌다. 25일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만들어서 안 될 법, 써서는 안 될 예산을 통과시킨 의원들을 모두 심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오늘 예타를 생략하고 밀어붙이는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국회가 통과시켰습니다.
"국회가 갖는 권한이 입법과 예산감독권입니다. 이 두 개가 국회 권한의 핵심인데, 안 써야 될 데 돈을 쓰면 써야 될 데에 돈을 못 씁니다. 그럼 써야 될 데가 어디냐? 지금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훨씬 더 과감하게 지원해야 하잖아요. 예타는 대상사업을 할까 말까를 결정하는 데 그치치 않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가를 정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써야 될 곳에 돈을 못 쓰게 되는 거라고요. 저는 누구나 다 하는 뻔한 소리,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 이번 총선에선 만들어서 안 될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달빛철도는 급하지도 않고 편익도 극히 의심스러워요. 예타를 무력화하고 정부의 재정권한을 침해하는 막무가내입니다. 최소 6조원이 투입된다는데, 그 돈을 발등의 불인 초저출산 대책에 써야 되지 않겠어요. 그것도 국회사상 최다 공동발의 기록인 261명이 공동 발의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국가가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는 저출산 문제의 본질이 뭡니까? 일자리, 주택, 교육 그다음에 과도한 식비(생계비) 이런 거잖아요. 이게 다 경제문제이고 재정 지출을 늘려가지고 더 좋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인데 돈을 엉뚱한 데 쓰다 보니 정말로 제대로 써야 될 때 충분히 못 쓰게 됩니다. 그 죄를 물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를테면 2013년 정년을 60세로 하는 정년 60세 의무화법이라는 게 3년간 젊은이들의 취업 전선을 초토화시켰단 말이에요. 그 당시에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정년이 57.2세였어요. 3년 동안 정년퇴직이 안 이루어진단 말이에요. 정년퇴직 1명이 나가면 신입사원 3명분의 월급이 나와요. 정년퇴직할 때쯤 되면 30년 이상 근무한 거고 신입사원의 3배 정도 월급을 받거든요. 이 사람들이 퇴직을 안 하니 청년 취업이 제대로 됐을 리가 있습니까? 그따위 법을 법이라고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또 뽑는다면, 그런 유권자들은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 이 말이죠."
-회장님은 '일자리 포커싱 경제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밖에 법을 잘못 만들어 새로 창출될 일자리를 없애버린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직방 같은 경우는 아직 미수에 그쳤지만 그걸 발의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달빛철도도 굳이 얘기하자면 대구나 광주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이 그런 걸 하는 건, 백번 양보해서 유권자가 원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봐요. 나라 경제 전체나 국민 전체에 부담은 생각하지 않고 그 지역의 이익이 되니까 표 찍어준다고 볼 수도 있지요. 나는 그렇게 보지 않지만요. 국민들이 그런 거 해줬다고 표를 줍니까? 생각을 해보세요. (국회의원) 거의 모두가 발의한 거거든.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야당 여당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니까 나만의 공이 아닌 겁니다. 어느 편이 고마운 것도 없는 거예요. 표도 안 되는 짓을 표가 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한심하지만, 그래도 연고가 있으니 그렇다 쳐요. 그런데 아니 부산, 서울, 인천에 지역구 가 있는 의원들이 왜 달빛철도 같은 걸 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이겁니다."
-돈 낭비 법도 문제지만 새 규제를 만드는 것도 고쳐지지 않고 있어요. 역대 정부 모두 규제혁신을 얘기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또 플랫폼 기업 규제하는 세상에 없는 규제를 만든다고 하는데, 아니 규제 혁신을 하겠다는 것과 반대로 가는 것 아닙니까? 지금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할 수 있는 게 규제 혁신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재정, 금융 수단을 전 정부가 탈탈 털어가지고 다 쓴 정도가 아니고 독 밑바닥이 뚫어지도록 다 긁어 써버려서 마이너스로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고금리와 고물가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겁니다. 더 이상 재정금융 수단은 쓸 수가 없는 지경을 만들어 놓고 갔기 때문에 우리가 실제로 지금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경제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규제개혁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규제개혁 한 게 뭐가 있냔 말이에요."
-윤석열 정부 들어와 규제 혁파 노력의 진정성은 보이는데요.
"맨날 규제 혁파하려면 법을 고쳐야 되는데, 국회에서 야당이 막아서 못 하고 있다, 이런 핑계나 대면서 규제개혁 하나도 못 했잖아요. 그러니까 무슨 좋은 결과가 나오겠어요. 근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도 새로운 규제를 자꾸 만들어 나가고 있단 말이에요. 공정위가 만들려고 하는 플랫폼법은 독과점 폐해를 막겠다는 건데, 세상에 독과점이라는 게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요. 국내 시장만 보면 독과점처럼 보이지만 세계 시장 측면에서 보면 독과점은커녕 조무래기다, 이 말입니다.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싸워야 될 판인데 성장을 막고 있는 겁니다."
-국내 기업을 더 키워 해외 기업들과 경쟁시켜야 된다는 말씀인가요.
"우리나라 제조업은 세계 최강인데 서비스산업은 왜 요 모양이냐 하면, 서비스산업이 일자리 만들기에 가장 좋은 길인데 데 왜 그게 잘 안 되느냐 하면, 크게 이제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서비스산업을 처음부터 제조업처럼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전 세계에 나가서 경쟁하고 돈을 벌어와 달라는 요구를 서비스업에는 그동안 안 한 거예요. 서비스업종은 국내시장만 바라보고 국내 시장만 파먹을 궁리를 하면서 여태까지 해왔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진국엘 가보면 남의 나라에 가서 통신회사도 경영하고 금융회사도 경영하고 학생들도 끌어오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서비스업에서도 굉장히 총체적인 국제경쟁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의료산업은 의사 수 늘리는데도 의사협회 눈치를 봐야 할 정도입니다.
"의료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인데, 특히 가성비를 따지면, 의료 수가(酬價)에 비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미국, 유럽 가면 의료비가 너무 비싸거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세계 시장을 '말아먹을' 생각을 안 하느냐 이겁니다. 의협은 의사 수가 충분하다는데, 사실은 국내 환자만 가지고도 의사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점점 고령화돼 갈 거고 점점 의료 수요가 더 늘어날 거거든요. 국내 환자만 보더라도 사실은 의사 양성을 더 해야 되는데, 전 세계에서 환자를 데리고 온다고 가정을 해보십시오. 아니면 외국에 병원을 지어서 진출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에는 병원산업에 투자를 못하게 돼 있잖아요. 병원에 투자해서 병원을 경영하지 못하게 하고, 비영리 법인으로만 하라고 하니까, 그럼 우리나라 돈하고 의사하고 다 데리고 다른 나라에 가서 병원 경영하라는 거거든요. 왜 그렇게 안하냐고요"
-의료를 수출산업화 하자는 거군요.
"말하자면 그렇죠. 외국 환자, 외국 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다 수출산업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관광업이 경쟁력이 없어서 국민들이 해외 관광 나가는 거에 비해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들어오는 건 절반 밖에 안 되잖아요. 지금 왜 서비스산업을 이렇게 경쟁력이 없는 상태로 내버려두게 됐느냐 하면, 국제시장에 나가 경쟁할 생각을 안 해서 그런 거거든요. 서비스산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국민이 제조업에 종사하는 국민들 보다 특히 무능하고 게으른 건 아니잖아요. 제조업은 어차피 거의 90% 이상을 해외에 가서 돈을 벌어옵니다. 나라에서 싸니 비싸니 간섭을 안 하고 독점이니 어쩌니 간섭도 안 합니다. 서비스업은 국내 시장만 파먹고 살고 있으니까, 국내 시장만 놓고 보니 독점이니 아니니 뭐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돼 있단 말이에요. 요새 해외에서 직구를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그렇게 세계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키울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걸 독과점이라고 해가지고 규제를 하겠다고 들면 그게 뭐가 되겠어요? 다 하는 말로 서비스업에도 삼성전자가 나와야 하는데, 국내시장만 보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지요."
-서비스산업 발전이 안 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하나는 지난 정부가 제일 심했지만, 그 전, 전, 전, 전, 전, 역대 우리나라 모든 정부가 서비스업의 가격은 억누르는 것을 능사로 했다는 것입니다. 가격통제를 한 거예요. 지금 14년 동안 대학교 등록금을 안 올려 주었고, 건강보험 수가도 가능하면 안 올려주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를 아무도 안 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통신료 깎는 겁니다. 그다음에 역대 정부가 수없이 해온 것 중에 하나가 카드수수료 삭감인데, 이제 더 이상 깎을 게 없어서 요즘은 안 하네요."
-서비스산업에 투자할 유인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비스업은 도무지 돈벌이가 되지 않게 만들어 놓으니까 일자리가 생길 수가 없는 겁니다. 서비스기업이 성장하고 국제경쟁력을 갖고 거기에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그다음에 그 회사 주가가 올라가서 거기에 투자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확대재생산 내지는 공격적이고 발전적인 관점에서 서비스업을 보지 않고 있는 겁니다."
-결국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원한다면 규제혁파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못 하니까 성과가 없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규제개혁이라는 건 자꾸 국회에서 입법을 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달리 좀 생각을 해봅시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는 이 정부 들어와 좀 자유롭게 하게 했지만, 그건 굉장히 잘하는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전에라도 법을 고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범위가 있거든요. 사람의 삶에서 일자리 다음으로 중요한 게 주택이잖아요. 젊은이들 결혼하고 출산하고 하는데 두 번째로 중요한 게 주택인데, 자꾸 사람들이 주택하면 아파트 가격으로만 생각합니다. 아파트 건축 단가가 올라가긴 했지만 아파트를 서울에 한 채 짓는 것과 청주에 한 채 짓는 것과 아니면 저 여수에 가서 한 채 짓는 것이 단가가 비슷합니다. 결국은 아파트 가격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땅값 문제거든요. 땅값도 공급을 늘리면 가격을 떨어뜨릴 수가 있습니다."
-도시 재건축을 비롯해 농지, 임야, 그린벨트 등 땅 토지이용 규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습니다.
"땅의 공급을 제한하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미 쓰고 있는 땅을 쉽게 재개발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새로운 토지 공급이 되는 거예요. 대한민국의 주택 보급률이 106% 쯤 될 겁니다. 집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더 좋은 위치에 새로 지은 더 좋은 주택의 값이 오르는 거예요. 주택청약예금 가입자가 2600만명이나 되는 것은 뭘 의미합니까? 더 좋은 집에 살겠다는 얘기잖아요. 이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재개발 재건축에 의해서 새로운 토지가 공급되는 것이 가장 유효한 방법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외에 그린벨트, 그다음에 농지, 임야 전용 규제가 토지 공급을 막고 있어요. 대한민국의 토지는 일단 원칙이 '사용금지'입니다. 그걸 사용하려고 하면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해요. 이 부분에서 법을 고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정부가 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농지전용 몇 평 이하는 시장‧군수가 허용해 줄 수 있고, 몇 평까지는 시·도지사가 허용할 수 있어요. 몇 평을 초과하면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요. 행정부에 위임되어 있는 권한이라도 최대한 활용해서 풀어 주자는 거지요. 필요하면 쪼개기를 해서라도 토지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있는 사람들이 지가(地價) 안정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지금도 정부가 규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까.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규제 개혁밖에 없는데, 행정부에 권한이 주어져 있는 거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느냐 하는 의문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그린벨트하고 농지 임야 규제 완화 쪽으로 가고 있는데, 그건 잘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이 문제는 꼭 써주십시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자꾸 아파트 더 짓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 바닥에는 고지가와 토지 이용 규제가 깔려 있고 그걸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겁니다. 토지 공급을 늘려야 공장도 호텔도 더 지을 수가 있습니다. 값도 싸게 할 수가 있고요. 우리 경제를 고지가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농지 규제는 LH 직원들의 토지 투기 사태 이후 오히려 더 강화됐습니다.
"LG가 새만금에 4500억인가 들여서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팜을 만들어 중국 부자들 식탁을 한번 휩쓸어보겠다고 했는데, 못했잖아요. 그걸 가능하게 해주면 농업과 서비스업에서 폭발적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95점짜리를 100점 만드는 게 쉽습니까? 40점짜리를 80점 만드는 게 쉽습니까? 지금 우리나라 농업은 40점짜리란 말입니다. 그만큼 낙후돼 있다는 건 발전 가능성이 크고 미래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농업은 그동안 국제경쟁을 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단 말이에요. 경쟁에 노출이 안 되고 보호해 준다는 것은 반드시 그 대가로 규제를 당하게 돼 있는 겁니다. 저는 농업과 서비스업에 대해서 제조업한테 해줬던 것과 똑같은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나가서 국제경쟁 해서 달러를 벌어 와라. 원화로 돈 버는 거 다 소용없다'고요. 우리는 어차피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못 벌어오는 순간 나라가 문을 닫아야 되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 농지 평균 가격이 미국 평균 농지 가격의 30배 비싸답니다. 그래도 농지에서 풀려난 땅 값보다는 싸니까 전체적인 지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겁니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아직도 완고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지 말고 당사자한테 물어보자고요. 농민한테 '경자유전의 원칙을 계속 지켜주면 좋겠냐 아니면 땅을 마음대로 팔 수 있게 해주면 좋겠냐?' 답은 아마 마음대로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걸 겁니다. 농민의 비원(悲願)이예요. 농사를 짓지 않을 사람은 농지를 갖지 말라는 건데요, 또 '청문회 나가서 곤욕을 치르게 만드는 법'인데요, 그게 경자유전의 원칙의 실제 모습 아닙니까? 농민의 입장에서는 늙고 병들어서 이 땅과 집을 팔아서 아들집에 가서 편안히 노후를 보내고 싶어도 못 하는 겁니다. 이렇게 목돈이라도 들고 가야 며느리와 손자들이 환영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농사에 종사하는 분들이 연령이 너무 고령화돼서 더 이상 농사를 안 짓고 싶은 게 아니라 못 짓는 상황에까지 온 겁니다. 그런데도 탈농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땅을 못 사게 하는 것은 결국 못 팔게 하는 것이거든요. 진정으로 이제 농민한테 물어보자는 겁니다. '누구를 위한 경자유전이냐'고요. 해방 후 대부분의 국민이 농민이었는데, 다 떠나고 4%만 남은 마당에 지금까지 남아서 농사를 지어 주신 분들의 탈농을 누가 무슨 권리로 막느냐고요? 농지, 임야 전용 규제를 완화해 토지 공급이 늘어나면 토지 공급의 제약 때문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이 다 눈 녹듯이 사라질 겁니다."
-식량안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저는 이렇게 묻고 싶어요. '대한민국의 식량 안보를 왜 농민들이 책임져야 되느냐'고요. 그 사람들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다 탈농한 마당에 여태까지 농업을 지켜준 이 분들에게, '당신은 끝까지 농지에 결박돼 농사만 지어라'라고 하면 이게 정당합니까? 우리가 무슨 권리로 지금 70, 80대 늙고 병든 노인들한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리고 경자유전의 원칙은 식량안보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식량안보를 농업과 농민이 책임질 수가 없습니다. 달러 확보 능력이 식량안보고 그건 농업뿐이 아니라 제조업과 의료, 관광 등 서비스업이 함께 지는 겁니다. 세계 식량 생산량은 충분합니다. 밀, 쌀, 옥수수 3대 곡물이 모두 1960년경에는 2억 톤 남짓 생산되었어요. 지금은 쌀과 밀은 7억7000만 톤 정도, 옥수수는 12억 톤이 생산되고 있어요. 그 사이에 전 세계 인구는 2.6배 밖에 안 늘었습니다. 중국이 부자가 되어서 축산물을 많이 먹게 되어서 엄청난 양을 사료용으로 수입하게 되지 않았으면 세계 식량 가격 폭락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식량 안보는 곡물을 살 돈이 있으면 지킬 수 있지만, 우리 농업이 지켜 주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만드는데 토지규제 혁파 외에도 중요한 게 노동개혁인데요.
"노동개혁은 우선 정년을 늘리면서 도입키로 했다가 흐지부지된 임금체계 개편부터 해야 합니다. 호봉제를 일소하고 연봉제, 성과급제로 돌려야 합니다. 호봉제를 없애려면 정기 공채를 없애야 해요. 저는 공채를 없애는 대신 중소기업, 협력업체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을 우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가는 통로로 전락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관행이 정착되면 중소기업은 우수한 젊은이들을 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고, 젊은이들은 대기업에서는 얻을 수 없는 폭 넒은 경험을 쌓아서 창업을 할 때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어요. 일부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이점에 눈을 뜰 수도 있고요. 기업 쪽에서도 처우 개선을 해 주어야 되겠지요. 지금은 써 보지고 않고 근무해 보지도 않고 선입관에 의해서 기피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육 개혁도 참 갈 길이 멉니다.
"경제라는 것은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만 성장할 수가 있습니다. 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활발하게 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양으로 수요가 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로 수요가 느는 겁니다. 양으로 수요가 느는 건 인구감소 시대에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가치로라도 수요가 늘어나면 좋은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이 2배, 3배인 나라에 가보세요. 밥을 하루에 6끼 먹는 나라는 없어요. 소비의 양은 우리하고 똑같은데, 질은 우리보다 훨씬 높아요. 교육도 마찬가집니다. 교육에서도 등록금을 더 많이 내고 교수가 월급을 더 많이 받아가는 거예요. 이런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성장은 우리가 철두철미하게 막고 있잖아요. 대학교수의 월급이 십 년째 동결돼 있으면 뭐가 되겠냐고요. 교육도 질적 성장을 하지 않으면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은 더 좋은 교육, 더 좋은 의료, 더 좋은 관광, 더 좋은 서비스를 요구하는데 이런 걸 각종 규제로 다 막고 있는 겁니다."
-인구감소로 노동력 공급을 위한 이민청 설립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민청 만들어봐야 내국인 안 하려는 직군의 노동자들만 들여와서는 국내 소비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그들은 임금을 대부분을 송금합니다. 소위 고급 인력들이 이민 오게 해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고급인력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지금 단순하게 보면,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중국인과 인도인입니다. 세계적인 테크기업 CEO들을 누가 하고 있나요? 인도 사람입니다. 그동안 중국 이공계 유학생들이 미국 R&D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어요. 지금은 디커플링으로 바뀌고 있지만요. 삼성전자 연구소에 가보면, 외국 연구인력 굉장히 많아요. 이민청을 만들려면 우선은 모두가 와서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급인력이 가족 단위로 이민 와서 연구하고 생산하고 세금 내고 소비하게 해줘야지요."
-출산율 추락이 심각한 단계를 넘어 파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세계적으로도 연구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초저출산 문제 태클은 이미 너무 늦었어요. 지금도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전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산 대책 재정을 다 끌어 모아서 동원 가능한 토탈 리소스를 먼저 파악한 후, 그걸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한 사업, 한 아이템에 퍼부어야 합니다. 1인당 1억을 한꺼번에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출산 지원책으로 제일 웃기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첫째 아이 낳을 때는 어쩌고, 둘째 아이 낳을 때부터 뭘 더 준다고 하는데, 웃기는 소리 좀 제발 하지 마라 하십시오. 셋째를 낳으면 파격적 지원을 한다는데, 첫째 둘째를 안 낳는데 셋째를 어떻게 낳느냐고요. 우선 무조건 아이를 낳게 해야 되는 거예요. 첫째한테 제일 파격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둘째 셋째를 낳아야 지원을 더 크게 해준다는 그 지원책은 정말로 돌대가리 같은 짓이에요. 첫째한테 아주 눈 나올 만큼 파격적으로 지원해주면 출산율 제고를 좀 기대해볼 수 있을까, 지금은 백약이 무효예요. 첫째 아이를 낳아서 자녀를 키우는 행복감, 보람을 느껴봐야 더 낳을 가능성이 생긴다고 봅니다."
-왜 그렇게 뒤집어 생각해본 사람이 없었을까요.
"글쎄 셋째 낳으면 아파트 주고 뭐 해주고 그러면 사람을 약 올리는 거란 말이에요. 출산 지원책을 이리 저리 갈라놓아 복잡하기만 하고 하나하나 보면 효과도 미지근한 겁니다. 한몫에 지원해 체감을 해야 효과가 납니다. 이 얘기도 꼭 써주세요. 모든 경제 대책은 푼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들어 가지고 파괴력 있는 일을 벌이는 겁니다. 폭발적인 파괴력 있는 일을 벌이는 게 경제정책의 요체인 거예요. 근데 대한민국은 목돈을 쪼개 푼돈을 만들어 가지고 다 갈라먹고 페기물만 늘리는 일에 돈을 쓰고 있습니다."
-수직적 사고에 찌든 정책입안자들이 뜨끔할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예요. 과거에 농업인 후계자 육성한다면서 1인당 700만 원씩인가 줬거든. 벌써 60·70년대 얘기인데 그걸 갖고 농지를 사려 하면 몇 평 못 사는 거예요. 농사를 못 지어요. 숫자를 줄이고 한 사람한테 1억씩 주면서 '한번 해봐라' 해야지 되는 겁니다. 그때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하면 모두가 송아지를 사서 소를 키웠어요. 700만원 갖고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었거든. 모두가 송아지를 사서 키웠는데 그 송아지가 다 커가지고 모두 시장에 나가니까 소값이 폭락하는 거예요. 80년대 90년대에도 늘 하던 얘기인데, 중소기업 지원은 2~3억 많게는 5~10억 하면서 왜 농업은 700만원이냐 이거예요. 농업에도 5억, 10억 빌려주고 그걸 갖고 온실을 짓든지, 그야말로 뭔가 할 수 있는 미션을 줘야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요즘은 국민들도 웬만한 지원에 대해서는 꿈쩍도 안 합니다.
"아이 낳으면 분유 주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1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주는 건 내가 보기에 요새 사람들이 하도 조(兆) 단위에 익숙해져서 돈도 아닙니다. 전 정부의 최대의 잘못이 이런 풍조를 만연시킨 겁니다. 그래서 지원을 하더라도 쪼개서 주면 감동이 안 생깁니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돈을 다 모아가지고 목돈을 만들어서 파괴력이 있는 일을 해야지, 푼돈으로 쪼개가지고 나눠줘서는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효과도 없습니다. 평등 의식 때문에 그런 건데, 이렇게 하면 돼요. '이번엔 이 사람, 이 지역 차례인데 당신은 내년에 다음 차례에 줄 테니 기다려라.' 그러면 어차피 내게도 순서가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어 기다립니다."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를 다시 살펴보면 일자리 미스매치도 주요 원인이거든요. 중소기업은 구직난인데 청년들은 거기서 일하려고 하지 않아요. 결국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중견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켜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자영업과 중소기업 고용 비중을 낮추고 대기업 고용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영업 고용비중은 한 십년 전에는 선진국의 3배 정도 됐어요. 지금은 많이 줄어서 두 배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 줄여야 해요. 자영업 대책이 자영업자를 계속 연명하게 만드는 대책이다 보니 사실 썩 좋은 게 아니에요. 연명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젊은이들한테 자꾸 창업하라고 그런단 말이에요. 좋은 임금일자리(좋은 일자리라는 말을 쓰고 싶진 않지만)가 생기게 하는 것이 최선의 자영업 대책입니다. 그렇게 못 해 주니까 젊은이들한테 나라가 도와줄 테니까 이 돈 갖고 창업이라도 해봐라, 자꾸 그러는 겁니다. 그러나 대단히 죄송하지만, 자영업의 공급과잉, 자영업의 과다경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사실은 소매업과 음식업의 문제입니다. 택시업도 과잉일 수 있겠네요. 공급 과잉 상태에 빠져 있는 업종에 대해선 출로를 열어줘야 하지요. 그거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그렇다고 청년 창업할 때 '이런 업종은 안 돼' 하기는 또 참 곤란하다고요. 왜냐하면 그 와중에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청년들이 있거든요. 근데 성공할 확률이 훨씬 낮다는 거지."
-자영업 사업자를 줄이고 진입을 만류하면 다른 곳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결국 그 문제 해결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이런 얘기를 할 때 '좋은 일자리'라는 단어는 좀 사실 안 쓰고 싶은데요, 왜냐하면 좋은 일자리라는 걸 생각해 봅시다. 좋은 일자리에 취직을 원하고 좋은 일자리에 취직을 하는 사람들은 나라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그건 나라가 걱정 안 해도 되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그건 정부가 아니라 대기업들이 잘 하니까요! IT업종이라든지 금융업종이라든지, 그런데 취직할 청년들은 나라가 보살필 필요도 없고 또 그럴 여력도 없어요. 이 경우 나라는 그네들이 풀어달라는 규제나 풀어 주면 되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원하는 건 뭐냐 하면 제발 좀 간섭하지 말라는 거 아닙니까. 원점으로 돌아가, 60년대 70년대에 우리가 제조업에 했던 것처럼 서비스산업을 지원해서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야 돼요. 근데 그걸 할 생각을 안 한단 말이에요, 아까 말씀했듯이 토지이용규제나 만들고. 오늘날 제조업을 저렇게 성공하게 만든 그런 방법들을 농업과 서비스업에도 그대로 적용하자는 겁니다. 젊은이들이 취직하고 싶어 하는 좋은 일자리 농업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팜 제어실에 앉아서 관리하는 그런 일은 젊은이들이 할 일이죠."
-국가는 흔히 '좋은 일자리'보다 일자리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보통 사람'의 일자리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까.
"아까도 말씀했지만 90점짜리 100점으로 올리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50점짜리 60점짜리를 90점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옛날에는 어떤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려면 첫째가 돈 문제였어요. 달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과거와 비추어 보면 지금 돈은 넘쳐나요. 우리 국민들이 미국 주식은 물론 미국 국채도 사고 아르헨티나 국채도 사고 있단 말이에요. 돈 때문이 아니리 규제 때문에 일자리가 안 생기는 경우가 더 많은 겁니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를 가면 국민들 모두가 의사나 변호사를 하고 그렇지 않잖아요. 태반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숙박업과 음식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교통, 운송, 케이블카 이런 거 하고 있거든요. 케이블카 스테이션에서 표 파는 일자리가 필요한 거라고요. 일자리라고 하면 첨단산업을 생각하는데, 거기는 일자리가 많이 안 생깁니다. 최고로 좋은 일자리 말고 중간 내지는 그 이하의 일자리가 필요한 국민들을 보살피는 게 나라가 할 일이고 그게 나라가 만들어줘야 될 일자리인 겁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민간이 그런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70년대 제조업에 해줬던 그 방식 그 수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의료, 관광, 교육에서도 규제를 없애서 투자의 문을 열어줘야 돼요. 그리고 명심할 게 이젠 고급화해야 합니다. 외국 관광 인프라가 잘 돼 있는 곳을 가보면 이용료가 비쌉니다. 그러나 서비스 질이 높아요. 그래서 사람들을 오게 만들어야 되는 겁니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오게 만들면 임금을 높게 지급할 수가 있어요. 비싼데도 불구하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면 망하는 거예요. 요즘 우리 국민이 제주도에 안 간 다고 하잖아요. 무엇이 우리 국민을 국내 관광보다 일본을 물밀 듯이 가게 만들었느냐, 이런 고민을 해야 된다는 말이에요."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일자리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제가 늘 하는 얘기인데 길게 보면 마지막까지 사람의 일자리로 남는 업종이 뭐겠습니까? 의사? 의사도 곧 AI로봇으로 많이 대체됩니다. 미안하지만 기자의 일도 80~90%는 AI가 대체할 거예요. 결국 마지막까지 남을 업종은 관광,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같은 놀고먹는 분야입니다. 근데 한류는 산업을 일부러 키울 생각은 안 했는데, 알아서 잘 성장한 거거든요. 우리가 세계 바둑을 휩쓸고 이창호가 엄청 뜰 때, 문체부에 바둑과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우스개가 있었잖아요. 나라가 무관심하면 잘 된다는 거잖아요. 지금 우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금 그 형국인데, 관광산업은 그렇게 해서 뜰 수가 없어요. 관광산업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고 규제 완화가 필요합니다. 아까도 말씀했지만 우리나라는 토지이용규제가 너무나 강력해 산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합니다. 관광산업을 키울 수가 없어요. 최근에 스피어 얘기 들어보셨지요? 하남시에서 이미 계약해서 추진하고 있다니까 됐고, 이제 그 스피어 뿐만이 아니고 어딘가요, 아부다비는 루브르 박물관 분관을 유치했고 사막 한가운데 실내 스키슬로프를 만들었어요. 뉴욕 허드슨야드의 배슬은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설악산 케이블카가 수십 년 만에 드디어 완공됐다 하면 우리나라 신문에 나겠죠. 잘하면 일본 신문에도 날지 모릅니다. 그만큼 '어트랙션 파워', 인간을 끌어들이는 힘이 다르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국 군마다 산에 출렁다리만 만들었단 말이에요. 대단히 죄송하지만 출렁다리는 우리나라 신문에도 안 나고 우리 국민의 버킷 리스트에도 안 들어갑니다."
-말씀하신 대로 나눠져 가치가 없게 돼버렸습니다.
"사실 모든 업종에 그 원리가 적용이 되는데, 우리나라 정치하는 사람들이 여야 불문, 업종 불문 나눠줄 생각만 해요. 왜냐하면 나눠줘서 최대한 여러 사람한테 혜택을 줘야 선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그게 아니에요. 그래가지고는 평생 파괴력 있는 한 건도 못 해냅니다. 이것이 오늘 저의 일관된 주제입니다. 푼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들어지고 전 세계 신문에 나오고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갈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게 투자고, 그게 경제정책이라는 겁니다. 나눠주는 것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인 겁니다. 세계적으로 경제 전쟁이 벌어져 있는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장군도 없고 장교도 없이 사병들만 데리고 전쟁을 하려고 합니다. 사병만 갖고는 절대 전쟁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근데 심지어 지난번에 반도체산업육성특별법 만들 때 당시 여당이 그랬다는 거 아닙니까. 그때 엄청 애를 먹였는데, '이거 해주면 삼성하고 SK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 아니냐?' 당시 여당 국회의원이 그따위 소리를 했단 말이에요. 그런 발상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정치한다는 사람들의 마음 바닥에 깔려 있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은 매일 사회정책만 생각하지 경제정책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생각했어요. 이런 정치인을 계속 뽑고 있으면 경제는 희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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