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양·지방 빈부격차 심각’ 자인… “10년 안에 개변시키라”

김예진 2024. 1. 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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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방발전 20×10 정책’ 강력 추진 대책 논의
평양 86%가 상위 20% 생활수준
양강도 거주 가구 63%, 하위 20%
金 “매우 한심한 상태” 강력 질타
경쟁 옹호·현실 직시 등 파격 발언

북한이 지역 격차 문제 해소에 총력전을 펴기 시작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매우 한심한 상태”라고 질타하고 “지역 간 경쟁을 활성화해 지방 공업을 10년 안에 개변시키라”고 주문했다. 지방 격차 문제가 북한 체제에서 그만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23, 24일 이틀간 열려 ‘지방발전 20×10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실행 대책을 논의하고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지난 15일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때 김 위원장 시정연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그는 “현대적인 지방 공업 공장 건설을 매해 20개 군(郡)씩 어김없는 정책적 과업으로 당에서 직접 틀어쥐고 집행해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시, 군들, 전국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비약시키자고 한다”며 “지방발전 20×10 정책으로 명명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 도중 참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5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 24일 이틀간 회의가 열려 ‘지방발전 20×10 정책’ 이행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평양과 비평양, 도시와 농촌, 중앙과 지역 간 빈부 및 생활수준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니세프가 북한 중앙통계국과 함께 발표한 ‘2017년 북한의 종합 지표 조사’에 따르면 평양에 거주하는 가구의 86.2%가 전국 상위 20%에 속하는 생활수준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촌 가구 41.2%는 북한 전체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생활수준, 특히 양강도 가구의 63.2%가 북한 전체에서 하위 20%의 생활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인권단체가 국내 탈북민 면접을 토대로 발간해 온 북한인권보고서 속 참상은 대다수가 지방, 농촌 사례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후 지방 발전을 강조하며 농촌 살림집 건설 등 단순 공급·동원 위주의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지방발전 20×10 정책’이라고 명명하며 마치 국내 정부 부처에서 볼 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일종의 브랜드화해 강조하는 것은 처음이다.

통신은 “전국의 동시적, 균형적, 비약적 발전이라는 휘황한 변천을 엄연한 현실로 펼쳐 놓게 될 지방 공업 발전 전략”이라며 “당의 신성한 정치 이념과 발전관, 투철한 복무 정신이 집대성된 국가 부흥의 기치”라고 강조했다. 또 지방발전 20×10 정책이 “미증유의 대변혁 예고”, “폭풍 같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바람잡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방 인민들에게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정치적 문제”라고도 했다. 지방 격차 문제가 체제를 위협할 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또 “(격차를) 군말없이 인정해야 한다” “서로 경쟁하는 풍조를 만들어 다각적인 장성(성장)을 추동해야 한다” 등 경쟁을 옹호하고 현실 직시를 강조하는 파격 발언도 나왔다. “쉽지 않지만 하자”며 “소극적인 것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고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방 인민들이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을 원만히 제공받지 못하는 한심한 상태라고 자인하고 있다”며 “근본 원인은 무기 개발과 도발을 통해 국제 제재와 고립을 자초한 때문임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생 개선 의지의 진정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은 정권과 체제에 대해 핵심 계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그간 평양에 자원을 집중해 왔다”며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봉쇄로 자원 부족이 심해지면서 한정된 자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격차가 더 커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가 너무 심각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단계로 판단한 것 아닌가 추정한다”고도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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