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023년 성장률 1.4%… 내수 위축·더딘 수출 회복에 ‘발목’

이병훈 2024. 1. 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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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최저 … 경제 ‘빨간불’
4분기 성장률, 직전 분기 대비 0.6%
네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 이어가
정부 전망대로 ‘상저하고’ 보였지만
고물가·고금리 영향 민간소비 급락
2024년 성장률 ‘2%대 초반’ 기록 예상
저성장 기조 당분간 지속 우려 제기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물가 등으로 인한 내수 위축과 더딘 수출 회복 속도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저성장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25일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을 발표하고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별 성장률은 2022년 4분기 -0.3%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0.3%로 플러스 전환한 이후 네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재화소비가 줄었으나 국외 소비지출 등이 늘어 0.2%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및 사회보장현물수혜가 늘어 0.4%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4.2%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3.0%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2.6%,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0% 증가했다. 반면 건설투자의 경우 건물·토목 건설이 모두 줄면서 4.2% 감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4%를 기록해 한은과 정부의 전망치와 일치했다. 지난해 예상했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형태의 경제 흐름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그러나 3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가 시작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터널을 막 지나기 시작한 2022년(2.6%)의 성장률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증가로 전환했으나, 민간소비, 정부소비, 수출 및 수입은 증가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화장품 판매코너 모습. 연합뉴스
성장률 하락에는 민간소비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1.8%로 전년(4.1%)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2013년(1.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치다. 2022년 대면활동이 정상화하며 ‘보복소비’가 늘어난 기저효과에 지난해 성장률이 낮아진 영향도 있지만, 물가가 고공 행진하고 높은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내수가 얼어붙은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는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일반적으로 민간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로 전체 성장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나와 주는 게 좋다”며 “최근 민간소비가 전체 성장률을 밑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정부소비 성장률도 1.3%로 전년(4.0%) 대비 쪼그라들며 우리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2000년(0.7%)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으로 인해 지출했던 부분이 감소하면서 정부소비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5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4%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와 한은의 예상치와 일치하는 수치다. 뉴스1
반면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경기와 수출이 회복 국면을 보이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수출은 2.8%를 기록해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와 전자 및 광학기기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지난해 4분기에만 6.5% 성장(전 분기 대비)하며 전체 성장률을 견인했다. 이에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전 분기 대비)는 3분기 0.5%포인트에서 4분기 0.8%포인트로 더 올랐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1.4% 증가해 경제성장률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 수입 등 교역 조건이 전년 수준을 유지한 영향이다.
사진=연합뉴스
한은은 올해도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은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을 2.1%로 전망한 바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 개선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내수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은 올해 국내 GDP 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제시했다.

인구 감소 등의 요인으로 잠재성장률(노동·자본 등 자원을 최대로 활용했을 때 달성 가능한 성장률)이 하락해 저성장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 국장은 “지난해 잠재성장률을 2.0% 정도로 보고 있는데, 연구 기관 등에서 향후 1%대, 0%대까지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에는) 인구구조 변화, 저출생, 생산성 하락, 중국·인도 등과의 경쟁,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에 대한 적응 및 기후변화 이슈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거나 다시 올리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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