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네 탓' 속 중처법 확대 유예 불발…1일까지 추가논의[정다운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정치부 정석호 기자
[앵커]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적용을 유예하는 법 개정이 국회에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법안 처리가 불발됐습니다.
결국 여야의 '네 탓 공방'으로 당장 모레부터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됩니다. 국회 출입하는 정석호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줄여서 중처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이 법안이 갑자기 이슈로 떠올랐는데, 그 배경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중처법은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 또는 질병자가 10명 이상 나올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안입니다.
이 제도는 국회를 통과해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요. 국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킬 당시에 조건을 하나 걸었습니다. 그 때 기준으로 2년 뒤, 그러니까 당장 모레부터는 법의 적용 대상을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도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좀 갑작스러운데요.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네 산업 현장에서는 당장 법안을 확대하는 건 무리라는 목소리가 큽니다. 중대재해를 막을 안전 조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법안을 적용한다는 주장입니다. 법안이 통과된 지는 2년이 넘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유예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불발된 상황입니다.
[앵커]
당장 모레부터 법이 시행되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네요. 여야의 입장 차이가 갈라지는 지점이 어딘가요?
[기자]
우선 국민의힘은 대다수 중소기업의 인력이 부족하고 현장 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에 법 시행을 2년 더 유예하자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유예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얼른 처리하자는 거죠. 그런데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추가 안전 조치를 요구하며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자, 다수당의 횡포라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입니다.
[인서트 :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민주당은 법 통과를 위한 요구사항을 추가하며 여야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떡 하나 주면 또다른 떡을 내어놓으라는 것인데 이쯤되면 법을 통과시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2년 동안의 유예 기간을 뒀는데, 왜 정부가 준비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냐는 입장입니다. 또 유예 기간을 둬봤자 노동 현장은 여전히 위험할 것이라는 주장이죠.
본회의가 가까워지면서 합의가 이뤄지나 싶더니,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예산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청을 연내 설립하고 산업재해예방 예산을 기존 1조2천억에서 최대 2조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인서트 :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중대재해처벌법을 또 다시 2년간 아무 조치없이 유예한다면 산업현장의 안전은 2년 후에도 또 이 상태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 측에서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이 조건을 정부와 국민의힘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본회의 통과가 불발된 상황입니다.
[앵커]
결국 모레부터 현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네요. 당장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오늘 윤석열 대통령도 막판까지 중처법 적용 유예를 촉구했고요. 중소기업 업계에선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소기업들이 줄폐업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또다시 법안을 유예한다면,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결국 정치권이 충분히 논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합의에 실패한 게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총선을 앞두고 있다보니 여야가 각각 경영계와 노동계의 표심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로 시간을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했다면 입장차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비판입니다. 결국 데드라인이 다가오자 급하게 논의한 뒤에, 책임을 덜기 위해 네 탓 공방을 벌이는 형국으로 볼 수 있는 거죠.
[인서트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말 들어보시죠]
조건에 대한 것을 가지고 계속 티격태격 했던 거죠.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솔직히 따지면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는 것 아닙니까. 한쪽은 고용 쪽에 대한 기업을 생각하고 한쪽은 노동계를 생각하다보니 약간 의견이 그런데 그걸 조정하는 게 국회인데…
[앵커]
그럼 한동안이라도 법 시행을 막을 방법은 없나요
[기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계도기간을 둬서 단속이나 처벌을 유예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분석하는데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계도라는 게, 이를테면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감독 과정에서 적발되는 불법사항을 조정해서 원상복구하는 절차거든요. 그런데 중처법 위반은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처벌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사실상 원상복구가 불가능하죠. 위반 즉시 수사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일단은 정부 차원에서 법안을 알리고 위반 사항이 없도록 조치하는 수밖에 없군요
[기자]
네. 정부는 대책반을 운영하면서 최대한 혼란을 막겠다는 입장인데요. 다만 조치가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까, 실제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마땅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은 국회의 추가 논의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가 한번 더 잡혀있거든요. 민주당이 정부여당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두겠다고 한 만큼, 일주일 동안 밀도 높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엿새 동안은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1일부터는 법안 적용이 유예되거나, 노동 현장에 안전 조치가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정석호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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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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