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FCP에 KT&G 회계 장부 열람 일부 허용...행동주의펀드 부분勝

대전지방법원, FCP에 KT&G 회계 장부 열람, 등사 일부 허용
KT&G “해외 수출 계약, 회사의 경영 판단에 따른 것”
“비밀 유지 의무 조항...주요 계약 내용 공개될 경우 분쟁”

법원이 KT&G에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FCP가 KT&G와의 가처분 신청에서 일부 승리를 거두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졌던 지난해와 달리 오는 3월에는 이들의 주장에 힘이 좀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KT&G에 따르면 본사가 속한 대전지방법원은 FCP(주주명 아그네스)가 지난해 10월 KT&G에 제기한 회계장부 등의 열람,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 가운데 일부 사안을 허용으로 25일 판결했다. 상법상 주식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소유한 주주는 회사에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KT&G 본사 전경./KT&G 제공

FCP가 열람을 요구한 내용은 크게 ▲지난해 4분기 지출한 컨설팅 비용 260억원의 사용처 공개 ▲PMI(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와의 전자담배 수출 계약서 조회 요구 ▲해외 사업의 매출 뿐 아니라 영업이익(손실) 공개 등 세가지다. FCP는 이를 위해 이사회 회의록과 회계장부 열람 등사 허가 신청을 대전지방법원에 했다.

이번에 인용된 부분은 일부 회계 장부 열람 등사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극히 제한된 범위의 일부 회계 장부에 국한해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며 “회계장부 등 열람허용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해외 수출 계약은 회사의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고, 비밀 유지 의무 조항이 있어 주요 계약 내용이 공개될 경우 분쟁이 발생하는 등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KT&G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PMI와의 전자담배 수출 계약서 조회 요구가 기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앞서 FCP는 KT&G와 PMI의 궐련형 전자담배 수출 계약이 ‘굴욕적’이라고 지적해왔고, 해외 사업의 수익성 여부를 공개하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PMI가 KT&G의 경쟁사인데도 불구하고 KT&G의 전자담배 ‘릴’이 PMI 산하 브랜드인 ‘아이코스’의 한 상품군 묶여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계약의 조항을 근거로 KT&G는 해외 사업의 수익성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앞서 이상현 FCP 대표는 “우리나라의 삼성, 현대, LG가 이렇게 굴욕적으로 해외 진출을 한 경험이 있는가”라며 “해외 수출 수익성을 공개하지 말라는 조항이 정말 PMI와의 계약서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FCP의 가처분 신청 사항 중 이사회 회의록 열람 등사 허가 신청은 기각됐다. KT&G 관계자는 “해당 신청은 이유가 없으므로 전부 기각됐다”며 “회사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CP가 KT&G와의 법적 다툼에서 일부 승리를 거두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졌던 지난해와 달리 오는 3월에는 행동주의펀드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KT&G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는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상현 대표는 “아쉬운 점은 일부 있으나, 대부분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