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피습에 여야 “정치 테러 용납할 수 없어”
여야는 25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괴한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한 목소리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하고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배 의원 피습은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흉기 테러 이후 23일만이다. 여야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이어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안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테러 용납 못해” 한목소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건 직후 배 의원이 치료를 받는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져 범인을 엄벌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이 사안의 진상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지는 데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막연한 추측이나 분노로 국민들이 걱정하시고 불안하시지 않게 하겠다”고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병원에서 배 의원을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정치가 너무 극단적으로 가니까 자꾸 이런 일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 같다”며 “우리 정치가 앞으로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하나의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불문하고 후보자를 비롯해 선거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의 안전에 관한 대책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극한의 정치, 증오의 정치가 가득한 혼란한 시대에 또다시 발생한 폭력과 정치 테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정치 테러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히 해야 할 것”이라며 “막연한 추측이나 분노로 국민들께서 불안하지 않도록 수사당국은 철저히 수사하여 모든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금 전 본회의장에서 마주친 동료 의원이 피습당했다는 사실은 물론 서울의 중심인 강남에서 백주대낮에 이러한 정치 테러가 또 자행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증오와 분노, 폭력의 정치는 청산되어야 한다”고 썼다.
야당도 테러 규탄과 진상규명 요구에 동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건 발생 직후 SNS에 “어떠한 정치 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며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썼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범인이 (대상이) 배현진 의원임을 알면서 자행한 명백한 정치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를 단호히 배격하고 규탄한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우리 사회가 증오와 혐오로 오염되고 있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배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 출마를 준비 중인 송기호 변호사는 SNS에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썼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에 이어 오늘의 배현진 의원 피습까지 거듭되는 정치폭력에 한국 정치가 병들고 있다”며 “내전적 정쟁과 극단화가 이제 단순히 불통을 넘어 실질적인 폭력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은 SNS에 “이재명 대표 피습이 생생히 기억되는 터에, 배현진 의원이 습격을 받아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대립과 혐오는 폭력을 부르고, 폭력은 빠르게 모방되며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썼다.
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대표는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 이후 또다시 정치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했다”면서 “혐오정치와 단절하지 않으면 제3·4의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 개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수사기관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려주길 촉구한다”며 “정치가 더는 사회적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 전체가 힘을 모을 때”라고 말했다.
■정치인 경호 어쩌나?
배 의원은 이날 오후 5시 18분쯤 신사동의 한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신원미상의 남성이 휘두른 돌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피의자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를 방문하던 중 괴한이 휘두른 칼에 목을 찔리는 사고를 당한 지 23일 만의 일이다.
정치 테러가 이어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경호 문제가 긴급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총선에 나선 정치인 경호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총선 후보자 전체를 경호하는 데는 경찰 인력의 한계가 있다.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상 총선에 맞춰 단계별로 운영하는 일정을 앞당겨 근접신변보호팀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모든 정치인을 경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인의 특성상 근접 경호에 애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과 직접 만나 소통해야 하는 선거 유세 현장의 경우 근접 경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과잉 경호 비판이 나오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야 간 합의를 통한 경찰의 경호 가이드라인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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