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대재해법 대부분 사업장으로 확대…정부 "지원대책 총력"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골자로 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개정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부가 "현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중대재해법 유예를 위한 추가 보완 입법이 어려운 만큼 유예 조건으로 내걸었던 보완대책 시행을 앞당겨 실제 처벌사례 감축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국회본회의 산회 직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법 유예 입법안의 국회 통과 무산 관련 브리핑을 열고 "27일 중대재해법이 전면 시행될 예정"이라며 "현장의 어려움 완화를 위해 지난달 27일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최대한 신속하고,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여당은 이번 중대재해법 유예를 추진하면서 중소기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골자로 한 취약분야 기업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년 유예기간 동안 코로나19(COVID-19), 경기 둔화 등으로 준비하지 못한 중대재해법을 이번엔 확실히 준비하겠다는 의도였다. 야당이 중대재해법 유예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은 구체적인 산업현장 안전 지원대책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으나 중대재해법 유예가 불발에 그치면서 현장의 혼란 가능성만 남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같은 판단에 근거해 기존 대책을 속도감있게 추진, 중대재해법 위반 사례를 줄이고 수사 증가에 따른 행정업무 부담과 산업재해 예방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취약분야 기업지원 대책'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000여개에 대한 전수 자체 진단을 거쳐 중대재해 위험도에 따라 중점·일반 등 2개 기준으로 사업장 안전 상태를 관리한다. 이를 바탕으로 컨설팅과 인력 등 안전관리 역량을 확충하는 한편 2026년까지 작업환경의 안전요소 개선을 지원한다.
소규모 영세사업장과 중소기업은 신청을 통해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사업장에 컨설턴트가 직접 방문해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에 필요한 7가지 요소를 상담하는 등 서비스를 지원한다.
사내에 안전관리 담당자를 별도 고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사정을 고려해 지역과 업종별 협회·단체를 중심으로 공동안전관리전문가를 선임할 수 있도록 인건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안전투자 장기저리 융자확대와 노후 위험공정 개선비용 지원 등 정책도 취약분야 기업지원 대책에 담겼다.
이정식 장관은 "다음주부터 3개월간 산업안전 대진단 집중 실시기간을 운영, 사상 최초로 83만 7000개 50인 미만 기업 전수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자체 진단할 계획"이라며 "법이 확대적용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 확대시행에 따른 수사는 예외가 없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동시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의 중대재해법 전면시행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나왔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법이 확대적용되는 만큼 50인 미만 기업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지금과 같이 예외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게 된다"며 "(50인 미만 기업이라고 해서) 다른 기준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전례나 많은 사례를 보면 정상참작, 법개정 논의과정 등 제반사항에 대해선 검찰(수사단계)에서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사건 증가에 따른 행정과부하와 산재 예방기능 축소우려에 대해서도 "중대법 사건처리율이 34.3%인데 5~49인까지 확대되면 단순 계산으로 수사물량이 2.4배 늘어난다"며 "사건처리에 바쁘면 예방을 해야할 인력이 모두 (사건수사로) 쏠려 본말이 전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야당이 요구한 산안청 설치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 장관은 "제 기억엔 산안청 설치제안이 16일로 딱 열흘 전"이라며 "2020년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을 중대재해법 처리를 하면서 당정협의로 미뤄뒀는데 2년 동안 뭉개다 이제와서 이렇게 (요청)한 것은 (이치에) 안 맞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중대재해법 확대시행 유예를 위해 야당이 내걸은 △사과 △안전대책 수립 △추가 유예요구 방지 등 약속을 이행했음에도 과거 미뤄놨던 산안청 논의를 꺼내 입법을 무산시켰다는 게 이 장관의 입장이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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