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가 아동학대?…교육부, 해외 사례 들며 반박

김정현 기자 2024. 1.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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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하교…한국 오후 1시, 프랑스 4시반
프랑스, 만 3~10세 80% 가량이 '방과 후' 참여
일부 교사들 거친 구호에 반박하며 의지 피력
교단 인력·공간 우려 여전…"근본 대책도 숙제"
[세종=뉴시스] 교육부가 25일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초등학교 1, 2학년의 등·하교 및 수업시량 현황 비교'. 교육부는 '늘봄학교는 아동학대'라는 일부 주장에 반박하고자 이를 배포했다. (자료=교육부 제공). 2024.0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직사회 일각에서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 이후 하교하지 않고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을 두고 '아동학대'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육부가 다른 국가와 견줘 한국의 초등학교 수업 시간은 짧은 편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학교에서 돌봄·교육을 제공한다고 했다.

25일 교육부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해외 주요국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초등학교 1·2학년은 오전 8시30분에 등교하고 오후 1시(4교시·점심 후)~2시(5교시)에 정규 수업이 끝난다.

한국의 경우 현행 국가 교육과정에 초등학교 1교시당 수업 시간이 40분으로 정해져 있다. 1주당 수업 시간이 23시간인 셈이다. 연간 수업일수는 190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86일)보다 길다.

프랑스는 한국과 등교 시간은 같지만 교시 당 45분으로 정규 수업이 오후 4시반에 끝난다. 1주당 수업시수는 한국과 비슷한 24시간, 연간 일수는 180일이다.

프랑스는 학교 내 방과후 프로그램과 학교 밖 방과후 여가활동을 운영 중이다. 교육법에 의해 방과후 활동의 범위와 내용, 서비스 시설 허가를 정한다. 만 3~10세 학령기 아동 80% 가량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1교시당 수업 시간이 40분으로 한국과 같은 캐나다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이 오전 9시에 등교하며 오후 3시에 수업이 종료된다. 주당 30시간, 연간 185일이다.

독일은 유형에 따라 하교시간이 다르다. '일반학교'는 낮 12시~오후 1시30분에 하교하지만 오후 4시45분에 마치는 '전일제 학교' 제도가 있다. 등교 시간은 한국보다 빠른 오전 8시다. 연간 수업일수는 188일이다.

이들 국가의 초등학교 1학년 하교 시간을 한국과 비교하면 1시간에서 2시간45분까지 더 길다. 이는 교육부가 OECD 교육지표와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정책네트워크 '해외교육동향'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시범 도입하고 올해 전면 확대할 예정인 늘봄학교는 원하는 1학년 모두에게 학교에서 2시간의 놀이 중심 예체능 등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한다. 1학기엔 2000개교 이상에서 실시하고 2학기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 6000여개교에 도입할 목표다.

만약 학부모가 원한다면 최장 오후 8시까지 자녀를 늘봄교실(돌봄교실)에 맡기고 수익자 부담 프로그램을 추가로 수강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러한 공교육 중심의 돌봄과 방과후 정책은 이번 정부에서 처음 나온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온종일 돌봄 정책을 추진했다. 초등 돌봄교실의 운영 시간을 오후 7시까지 연장했으나 대기 문제로 고심했다.

돌봄교실과 방과후 수강에 지원해도 수요가 많아 탈락하면 당장 오후 1시에 자녀를 하교시켜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라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한 경력 단절이나 '학원 뺑뺑이'라 불리는 돌봄 사교육 부담은 고질적 문제로 거론돼 왔다. 교육부가 '대기 없는 늘봄'을 표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허나 교사들은 과거부터 이런 정책을 탐탁치 않게 바라봤다. 태부족인 인력과 공간 문제를 학교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며 교직원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교직단체들이 관련 성명에서 '비본질적 업무'라는 우회적 표현을 쓰거나 돌봄은 학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라는 요구를 계속해 왔던 이유다.

[서울=뉴시스] 정부가 빠르면 올해 9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하교를 2시간 늦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최근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초등 1학년 학부모 중 83.6% 규모가 늘봄학교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늘봄 참여 시간은 정규수업 이후 오후 4시까지가 응답자 29.8%로 가장 많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그러나 최근에는 교사 회원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관련 보도 댓글, 급기야는 일부 단체의 기자회견에서 '늘봄은 아동학대'라는 다소 거친 표현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가 늘봄학교를 두고 "어른들이 장시간 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더 오래 학교에 머무르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아동학대나 다름 없다"고 주장한 게 한 예시다.

'인디스쿨'에 '늘봄학교는 아동학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게시글을 보면, 오후 8시까지 늘봄에 참여하는 학생은 "평일에 부모와 밥 한끼도 먹지 못하고 대화도 못하며 놀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밤 8시까지 늘봄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희망자가 긴급하게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라며 이런 주장이 오해라는 입장이다.

또한 생업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학부모들을 마치 아동학대 혐의자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교육부는 2학기부터 기존 교사가 늘봄학교 업무를 맡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교직단체들의 '지자체 이관'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 학부모 8만9000여명이 참여한 범부처 수요조사에선 초등 돌봄교실을 희망하는 응답률이 49.5%였고 이 중 81.4%가 학교 돌봄을 희망했다. 지자체 지역아동센터 등은 14~16% 수준으로 저조했다.

이를 두고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지난 16일 '함께학교'를 통해 "학부모는 학교를 가장 안전하고 신뢰로운 돌봄과 학습의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도 추가적인 이동 부담이 없는 학교가 가장 편리한 공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지역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지난 3일 오전 울산 중구 울산초등학교 가입학식에서 예비 초등학생들과 학부모가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4.01.25. bbs@newsis.com

이날 다른 국가와의 수업시수 현황을 비교한 반박성 자료를 배포한 것 역시 '늘봄학교 전면 도입은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늘봄은 아동학대라는 거친 표현을 걷어내고 보면 교직사회의 우려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필요는 여전히 교육부에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늘봄은 대증적 처방에 지나지 않고 저출생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불필요한 노동시간의 단축에 있다는 주장 역시도 고려해볼 만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전날 늘봄학교 발표와 관련 "1학기부터라도 늘봄부장, 늘봄담당교사, 방과후 부장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저출산의 원인은 주택가격과 사교육비"라며 "우리 교육은 경쟁이 너무 심해 완화나 방향 조정이 요구된다.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에선 그런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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