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라한 경제성장률 1.4%, 감세·규제 완화 약발 없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25일 밝혔다. 2021년 4.3%에서 2022년 2.6%에 이어 2년 연속 내리막이다. 수출과 내수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복지 투자 같은 정부 지출까지 격감해 저성장 국가의 대명사인 일본(1.8%)보다도 낮은 처참한 경제성적표를 받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석유파동이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도 아닌데 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추락한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대대적인 감세와 규제 완화로 내수 띄우기에 나섰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투자·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나고 중소기업과 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 효과’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작년 4.1%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8%로 급감했다. 감세와 규제 완화 약발이 전혀 통하지 않은 것이다. 한은도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 나와 주는 것이 좋은데, 최근 흐름을 보면 경제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데다 민간소비 또한 성장률보다 하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주체들이 요즘 체감하는 경기는 북극 한파보다 더 춥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도체 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지만, 거의 모든 지표가 빨간불이다. 한은이 발표한 1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69를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건설업체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지난해 2월(6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은행 대출 연체율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민생고와 직결되는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1년 새 25% 늘어 역대 최고치다. 주가는 주요국 가운데 꼴찌다. 새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7% 하락해 비교 대상 23개 주요국 지수 중 최하위다. 미국·일본·독일은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새해 전망도 어둡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에 불과하다.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는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언제 해소될지 가늠조차 안 되는데 남북 간 긴장 고조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해 수출도 낙관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참신한 대책은커녕 감세와 규제 완화만 고집하고,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부자 증세로 재정을 확충하고, 정부 지출을 늘려 소비와 생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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