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접경지역 주민들의 “남북 대화” 호소, 정부 무겁게 들으라
남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이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며 정부에 9·19 남북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남북대화를 시작해달라고 호소했다. 연평도·철원·파주에 사는 주민들은 25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접경지역에서 부쩍 늘어난 양쪽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주민들이 전한 현지 상황은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다. 한 연평도 주민은 지난 5일 남북한 군의 잇따른 포 사격 훈련으로 13년 만에 연평도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었다고 했다. 그럼 점에서 정부의 대피령은 남측의 대응 사격에 북한이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알아서 피하라고 한 무책임한 치킨게임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휴전선 부근 주민들은 봄철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군의 무인정찰기 기동이 충돌 불씨가 될 것으로 걱정했다.
한반도 전쟁은 처음부터 남북한의 계획하에 전면전으로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 대신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고, 그것이 확전돼 지역 차원의 전쟁, 최악의 경우 핵전쟁이 일어나는 시나리오가 자주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상대방을 제1의 적으로 규정하고 퇴로를 끊은 상태다. 두 정상 모두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는 않겠다면서도 상대방이 도발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맞서왔다. 충돌이 일어날 땐 확전을 막을 소통 채널이 긴요하지만, 남북한 대화 채널은 모두 닫혀 있다. 북한은 지난 5일 서해상 포 사격 훈련을 한 뒤 수중 폭발 실험,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 등 각종 신무기를 시험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도 예의주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오는 3월엔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통해 억제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데 있다.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은 상대 공격을 막고 억제하기 위한 준비를 차질 없이 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이다. 그와 동시에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자면 완충구역을 확보하고,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긴장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9·19 남북군사합의 정신을 살려 남북 완충지대를 확보하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 복원에 나서야 한다. 그걸 요구하는 자국민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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