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살해 혐의’ 요양병원장 구속영장 또 기각

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한 요양병원 원장이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5일 살인 혐의를 받는 병원장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해야 할 사유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관련자들의 진술 및 녹취록, 관련 자료 등 피의사실에 관한 자료가 이미 수사기관에 의해 확보되어 있고,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요양방원을 운영하던 A씨는 2015년 9월부터 11월 사이 요양병원에서 결핵에 걸린 80대 여성 환자와 60대 남성 환자에게 염화칼륨(KCL)을 투약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염화칼륨은 링거액 등 의약품으로 사용되지만 투여 시 근긴장 저하와 심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 있어 의료 전문가의 처방·투약이 필요하다. 희석해서 투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A씨가 환자들이 전염병에 걸린 사실을 숨기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단순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들의 사망 시점으로부터 수년이 경과해 피해자들의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증거가 부족해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기각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