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옛 신문광고] 한국의 월가, 명동·소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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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일은행과 함께 상업은행(상은)은 기업금융의 본산이었다.
광고는 서울 중구 소공동 입구를 오랫동안 지켰던 옛 상업은행 본점의 조감도를 보여준다(조선일보 1963년 6월 30일자·사진). 소공동과 명동은 '한국의 월가'로 불렸던 금융중심지였다.
소공로와 남대문로 사이에 낀 자투리땅이었지만 상은 본점 터는 한국은행과 신세계백화점, 서울중앙우체국에 둘러싸인 명당 자리였다.
상업은행 말고도 서울, 한일, 국민 등 은행 본점들이 몰려 있던 명동과 소공동도 이제는 금융허브의 면모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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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은행의 뿌리는 대한천일은행으로 구한말인 1899년 발족했다. 한국 최초의 민간 상업은행은 1897년 출범한 한성은행(신한은행에 합병된 조흥은행의 전신)이다. 나중에 공립화되었기에 실질적으로는 대한천일은행이 최초의 민족계 민간은행이라고 한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이 2대 은행장이었는데, 취임할 때 겨우 다섯살이었다. 이런 연유에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후신인 우리은행 수뇌부는 매년 새해 첫날 고종과 영친왕이 묻힌 경기 남양주 홍유릉을 참배한다.
<본지 2023년 9월 15일자 30면 참조>
대한천일은행은 1911년 조선상업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광복 후에는 북한 지점들을 모두 잃은 채 한국상업은행으로 거듭났다. 1956년 증권거래소 제1호 기업공개, 1972년 시중은행 최초의 민영화는 상은이 남겨 놓은 기록들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대기업들과 운명을 같이했다. 한빛은행으로 바뀐 뒤 2001년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돼 오늘에 이른다.
소공로와 남대문로 사이에 낀 자투리땅이었지만 상은 본점 터는 한국은행과 신세계백화점, 서울중앙우체국에 둘러싸인 명당 자리였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서울 중심부 사진은 신세계 앞 분수대와 상은 본점 건물을 담는 게 보통이었다. 터 모양 때문이지만, 다른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곡선 부위가 시선을 끌어당겼다.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소공로는 일제강점기에 이 일대를 점령했던 차이나타운을 갈라 놓으려는 목적으로 뚫었다고 전해진다. 상은이 없어진 뒤 본점 건물은 한국은행이 인수해 별관으로 사용하다 매각해 현재는 'K 파이낸스타워'가 되어 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으로 쓰이는 옛 조선은행 본점 건물은 일제가 1912년 준공한 것이다. 도쿄역, 일본은행, 옛 부산역을 설계한 건축가 다쓰노 긴고 작(作)이다. 3년 후 경성우편국(현 서울중앙우체국)이 완공되고 한참 뒤인 1929년 미쓰코시백화점(현 신세계)이 들어서 '센긴마에(鮮銀前·조선은행 앞)' 광장과 명동, 충무로 일대는 서울의 신흥 중심가가 됐다. 그 전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던 번화가는 화신백화점이 있던 북촌의 종로통이었다.
구한말부터 일본인들은 남산 기슭 아래의 남촌에 모여 살았고 그곳에서 가까운 충무로와 명동 일대가 자연스럽게 다운타운으로 개발됐다. 진고개로 불리던 충무로(혼마치)는 카페와 술집이 즐비한 유흥가로 변모했고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었다. 1920년대의 신세대였던 '모던 뽀이'와 '모던 걸'이 휘젓고 다니는 핫플레이스였다. 혼마치를 어슬렁거리는 것을 '혼부라'라고 했는데 도쿄 긴자 거리를 헤매는 '긴부라'를 모방해 붙인 것이다. 진고개라는 이름은 지금은 생경하지만 1964년 '진고개 신사'라는 노래와 영화가 나올 정도로 수십년 전까지는 흔히 부르던 지명이었다.
상업은행 말고도 서울, 한일, 국민 등 은행 본점들이 몰려 있던 명동과 소공동도 이제는 금융허브의 면모를 잃었다. 명동 맞은편 미도파와 롯데백화점 사이에 있던 옛 한일은행 본점은 1981년 재건축했는데, 외환위기 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이 됐다. 백화점으로 리모델링했지만, 원건물의 모습은 남아 있다. 은행 본점들은 여의도와 을지로, 퇴계로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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