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화재 45%가 전기적 요인…"전기 불꽃 차단 설비 필요"
(서천=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27개 점포를 태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전통시장 내 전기설비 안전성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충남 서천경찰서에 따르면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을 비추고 있던 시장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경찰은 수산물동 한 점포의 수조 인근 전선 쪽에서 불꽃이 튀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을 찾아냈다.
이날 진행된 합동 감식에서 단락흔(전선이 끊어진 흔적)까지 발견되면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5년 전통시장 화재 45%는 전기적 요인
최근 5년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45%는 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1월 점포 137개를 태웠던 여수수산시장 화재도 점포 내 전기 합선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수산시장의 특성상 수족관 가동을 위한 모터 등 각종 전원이 연결돼 있고, 물·습기가 상존해 누전에 따른 화재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생물이 얼지 않도록 수족관 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히터봉에 많은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
한 화재조사 전문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히터봉에 전선이 연결돼 있는데 수산물시장에서는 다양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라며 "불이 났을 때 스파크가 발생한 것을 보면 전원을 공급해주는 전선에서 합선·누전 등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장 20년 서천특화시장도 전기 설비 노후화 문제
2004년에 개장해 20년이 지난 서천특화시장 상인들도 전기 설비 노후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 모두 이곳에서 장사하는 한 상인은 "시장이 생긴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지난해 전기설비 노후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면서 "서천군에서 지난해 전기설비 등 현대화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올해 5월로 미뤄졌다"고 주장했다.
서천군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으로 시장 내 물 빠짐 공사, 에어컨 실외기 정비, 전기선 일부를 리모델링하려 했는데 시기적 문제로 비수기인 올해 5월로 사업이 이월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통시장 내 소화기나 경보설비 등 소방시설은 잘 설치돼 있지만, 전통시장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전기적 요인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2월과 8월, 지난 1일 해당 건물에 대한 소방 점검 결과, 특이점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나 소방 점검 항목에 전기 관련 분야는 빠져 있다.
경찰은 1년에 한 번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진행하는 절연·누전 여부 등 전기 설비 관련 점검 결과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 불꽃 발생했을 때 즉시 차단할 차단기 설치 필요"
전문가는 반복되는 전통시장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 권고 사항을 의무 사항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나와도 당장 내일 이상이 없으리란 확신은 없는 만큼 단순 점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소방 안전 권고 사항을 의무 사항으로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전기화재는 전기 불꽃이 발생했을 때 즉시 차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만큼, 차단 장치인 '아크차단기' 등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방법상 위험성이 있는 장소 등에는 현재 아크차단기 설치가 권장되는데, 대형 화재를 막으려면 차단기 설치를 더욱 대중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22일 오후 11시 8분께 서천특화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92개 점포 가운데 수산물동·식당동·일반동 내 점포 227개가 모두 소실됐다.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로는 번지지 않았다.
2004년 9월 연면적 7천18㎡ 규모 2층 건물에 각종 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현대식 중형 전통시장으로 개장한 서천특화시장에서는 수산물·농산물·생활잡화·특산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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