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품백’ 입장, 기자회견 아닌 대담으로 끝내려 하나

한겨레 2024. 1. 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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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여는 대신 특정 방송사와 대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이달 중 윤 대통령이 방송사 한곳과 신년 대담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정권 친화적인 언론사와의 '약속 대련'으로 국민적 의혹을 뭉갤 것이 아니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대신한 언론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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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여는 대신 특정 방송사와 대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 수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미리 조율된 질의응답을 통해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방식이 기자회견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대통령실은 25일 현재까지 공식적으론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이달 중 윤 대통령이 방송사 한곳과 신년 대담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사는 한국방송(KBS)이 유력하다고 한다. 대담을 통해 올해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김 여사 관련 의혹도 함께 설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신년 기자회견을 열면 기자들의 질문이 김 여사 관련 의혹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셈이다. 대담 방식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양새를 띨 수 있는데다, 질문 내용과 답변 등을 사전에 협의할 수 있다. 현 정권에 친화적인 공영방송이 대담 파트너로 거론되는 것 역시 이런 이유일 것이다. 결국 김 여사는 ‘몰카 공작 피해자’라는 윤 대통령의 인식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형식이 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국정 최고 지도자의 국정 구상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국민에게 가감 없이 설명하는 자리다.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대통령이 이에 충실히 답하는 것은 국민이 뽑은 최고위 공직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지금껏 한차례도 기자회견을 연 적이 없다. 출근길 문답(도어 스테핑) 역시 2022년 11월 일방적으로 중단되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단절된 상태다.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 추진은 언론을 국민과의 소통 창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홍보 수단 정도로 폄하하는 왜곡된 언론관을 드러내는 행태다. 특히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집중 질문을 피하기 위해, 특정 언론과의 대담으로 기자회견을 대체하는 것은 민주국가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권 친화적인 언론사와의 ‘약속 대련’으로 국민적 의혹을 뭉갤 것이 아니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대신한 언론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매번 논란이 되는 우스운 상황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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