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경기···이러다 사람 잡겠네[박준용의 인앤아웃 In AO]
올해 호주오픈 조직위는 몇 가지 변화를 시도하였다. 그중 하나가 대회 시작을 하루 일찍 개막한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매년 1월 셋째 주 월요일에 본선 오프닝 경기가 열렸지만 올해 대회는 하루 앞당겨 일요일에 개막하면서 대회 기간도 14일에서 15일로 확대됐다. 이처럼 대회 일정을 늘린 가장 큰 목적은 경기가 늦게 끝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15일 동안 진행되는 4대 그랜드슬램은 프랑스오픈에 이어 호주오픈이 두 번째다. 프랑스오픈은 2006년부터 15일 동안 열리고 있으며 윔블던과 US오픈 대회기간은 14일이다.
그동안 호주오픈에서는 새벽 늦게 끝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선수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대회 2회전에서 앤디 머레이(영국)와 타나시 코키나키스(호주)는 5시간 45분의 대혈투를 펼치며 다음 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경기가 끝났다.
지난해 10월 호주오픈 토너먼트 디렉터 크레이그 타일리는 “경기가 늦게 끝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회 일정을 확대하였다. 이는 코트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일정을 제공하면서 늦게 끝나는 경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라면서 “대회 기간이 하루 늘어나면서 선수와 팬들 모두에게 스케줄 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1회전이 3일 동안 진행되면서 팬들에게도 테니스의 즐거움을 하루 더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타일리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대회가 하루 더 추가되었음에도 경기가 다음 날 새벽에 끝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대회 첫날인 14일에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와 엘라 사이델(독일)의 경기가 거의 자정에 시작했고 18일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와 에밀 루수부오리(핀란드)의 2회전은 오후 11시 15분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3시간 40분에 끝났다. 이 경기가 늦게 시작된 이유는 앞서 열린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와 안나 블린코바(러시아)의 여자단식 2회전이 2시간 46분간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세트 타이브레이크 점수는 22-20으로 이는 그랜드슬램 역대 최장 타이브레이크 기록을 세웠는데 무려 31분이나 소요됐다.
23일에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오후 7시 야간 첫 경기로 예정됐던 사발렌카와 바보라 크레이치코바(체코)의 여자단식 8강이 앞 경기가 늦게 끝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두 시간 뒤인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시작됐고 이어서 열린 야닉 시너(이탈리아)와 안드레이 루블레프(러시아)의 경기도 오후 10시 45분에 시작해 다음날 1시 20분에 끝났다.
지난해 은퇴한 존 이스너(미국)는 메드베데프의 경기가 새벽 늦게 끝난 것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새벽 3시 30분에 테니스 경기를 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라며 대회 조직위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너는 지난 2010년 윔블던 1회전에서 니콜라스 마휘(체코)를 상대로 2박 3일, 총 11시간 5분이라는 테니스 역사상 최장 경기 시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일각에서는 대회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한 것이 선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 세계 1위이자 영국 <BBC> 해설위원 존 매켄로(미국)는 “그들(호주오픈)이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25일 현재 총관중 수는 84만101명으로 대회 마지막 날까지 3일 남은 가운데 지난해 수립한 대회 역대 최다 관중수 90만2천312명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테니스가 늦게 끝나는 이유는 축구나 농구처럼 시간제가 아닌 세트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투어 ATP와 여자 투어 WTA 대회는 모두 3세트제이지만 그랜드슬램의 경우 남자경기만 5세트제로 치러지고 있다. 여기에 라켓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랠리 횟수가 길어지면서 이 역시 경기 시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동안 세계 테니스는 경기 시간 축소를 위해 타이브레이크, 노애드 등 다양한 스코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까지 그랜드슬램 중 US오픈에서만 적용해 온 마지막 세트 타이브레이크 시스템을 2022년에 모든 그랜드슬램 마지막 세트에 10점 타이브레이크를 도입하였다. 서비스 레트 폐지도 시범적으로 운영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13년 ATP챌린저에서 3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서비스 레트를 폐지하였지만 찬반논쟁이 지속되면서 완전 도입에는 실패했다. 이밖에 웜업과 엔드 체인지 시간 단축, 서브 제한 시간(25초) 등을 도입하였지만 경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호주오픈을 앞두고 ATP와 WTA는 경기가 늦게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감독관이 승인하지 않는 한 오후 11시 이후에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규정 역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진행된 경기가 중단돼 다음날로 미뤄지면 컨디션 조절 등 선수들에게 어려움이 따를 수 있고 형평성에도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윔블던에서는 지난 2009년 센터코트에서 지붕을 설치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오후 11시 이후에는 경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그랜드슬램의 남녀 상금은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여자단식은 3세트, 남자단식은 5세트제로 열리고 있어 이에 대해 일부 남자 선수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어쩌면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그랜드슬램 남자 경기에도 3세트제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멜버른|박준용 SPOTV 해설위원(loveis5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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