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고객 50명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 꼭 물어봐야”
2023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년 말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는 771만3895개이고, 종사자는 1849만2614명이다. 기업 수로 볼 때 우리나라 기업의 99.9%에 해당한다. 이 중 상시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소상공인이 95.1%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중소기업 종사자 상당수가 기업운영과 관련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컨설팅·코칭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창업·인적자원관리·재무·마케팅 등 각 분야의 핵심에 대한 조언을 세 가지씩 들어본다. 월 1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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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사팀장 출신의 창업 전문가
90%가 성공하는 ‘창업 컨설팅’ 지향
“학습, 비즈니스 모델, 구체적 사업목표
3박자 갖추면 언젠가 ‘성공 운’ 찾아와”
“실패하지 않는 창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우진 비즈컴퍼스 대표가 지향하는 창업 컨설팅 목표다. 창업 컨설팅 전문가인 최 대표가 지향하는 창업은 “창업한 기업 중 90% 이상이 생존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창업기업의 현황과 크게 차이가 나는 목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33.8%에 그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생존율 45.4%보다 무려 11.6%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창업기업의 66.2%가 5년 내 폐업하는 것으로, 창업 때 적지 않은 노력과 자금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경영지도사이자 경영학 박사인 최 대표는 “이런 낮은 창업기업 생존율은 현실적인 사업목표가 아닌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만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탓도 적지 않다”고 진단한다.
“전체의 0.001%도 안 되는 유니콘 얘기만 하는 것을 보면 조금 화가 나요. 유니콘이 되는 꿈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생활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해서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노력하는 것입니다.”
최 대표는 사실 중장년이나 청년을 막론하고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 창업이라고 본다.
“창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감소하는 거예요. 일자리 감소는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전환하면서 이제 인력 수요가 적은 산업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는 “일자리 감소에서 가장 치명적인 건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이라고 짚었다. “사물인터넷(IoT)이 발달하면서 육체노동이 감소한 데 이어 챗지피티(GPT) 등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지식노동까지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창업이 중요해진 둘째 이유로 퇴직 뒤 남은 활동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을 꼽았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21년 조사한 ‘직장인 체감 정년퇴직 시기’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평균 49.5살을 퇴직 나이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2022년 기대수명은 평균 82.7살로 매년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로와 씨제이(CJ)그룹 등에서 인사팀장을 지낸 최 대표는 2009년 회사를 나와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점차 창업 전도사로 변신하게 됐다. 특히 2012년부터 200억원 규모의 창업펀드를 운영하는 투썬벤처파트너스의 센터장으로서 인큐베이팅 업무를 담당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최 대표는 이런 경험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성공회대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3년 동안은 “진로를 설계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방향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성공회대에서 ‘소셜벤처 기업가 정신’ ‘스타트업 비즈니스 전략 수립’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창업 컨설팅에서 △창업에 대한 학습을 충분히 하라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라 △현실적으로 타당한 구체적 사업목표를 설정하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1. 창업에 대한 학습을 충분히 하라
창업할 때 관련 지식이나 기본 정보를 학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학습 과정 없이 창업한다. 이것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수영도 배우지 않은 채 깊은 물에 그냥 무작정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각종 자료를 보면 창업 준비 기간이 3개월 정도밖에 안 된다. 자영업 같은 경우 뭘 할까 고민하며 장소 찾는 데 한 달, 인테리어 하는 데 한 달 잡아야 하니 실제 사업에 대해 고민하는 건 한 달도 안 된다. 자기 인생을 건 창업인데 여행 계획 세우는 것보다 시간을 안 쓴다. 그렇게 준비해서 창업하다보니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준비가 잘되지 않았다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
찾아보면 정부 지원 창업 과정이 많다. 과정들이 ‘K-스타트업 창업지원 포털’(k-startup.go.kr)에 잘 정리돼 있다. 대부분 무료다.
또 중장년층의 창업은 ‘생계형 창업’으로 젊은층의 창업인 ‘기회형 창업’과 다르다. 중년층은 퇴직하고 생계를 위해 창업을 고민한다. 반면 청년들은 조금 여유를 가지고 창업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 그런데 생계형 창업의 경우 창업 시장에 들어오자마자 수익을 내야 하므로 오랜 기간 준비하기가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직 중에 정부 주도로 창업 교육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2.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라
기술 발전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정보통신기술(ICT)이 확장되면서 산업 간 경계나 업종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예전에는 한 산업 내에서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로 누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느냐가 중심이 됐다면 이제는 차별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이 경쟁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비즈니스 모델이 큰 변화를 겪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든 ‘고객에 대한 파악’이 필수라는 점이다. 실패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형적인 모습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예술을 하는 방식이지 사업하는 방식은 아니다. 사업은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그걸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세분화해 핵심고객을 찾아야 하고, 그 핵심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예전에는 가전제품은 시장 세분화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요즘은 신혼부부용 가전제품과 1인가구용 가전제품이 따로 나온다. 세분화가 적용된 것이다.
핵심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 고객군이 정해지면 그 고객군하고 유사한 현실의 고객을 50명 정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3. 현실적으로 타당한 구체적 사업목표를 설정하라
창업할 때 5년 뒤, 10년 뒤 목표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타당한 구체적인 단기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콘기업을 꿈꾸더라도, 우선은 최소한의 수익 구조를 만들어놔야 가능해진다. 이때 어떤 수익모델을 갖추는지가 중요하다. 같은 제품이라도 다른 수익모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일본 게임기 업체 닌텐도의 경우 게임기로 수익을 내고 소프트웨어는 싸게 해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다른 게임기 업체들이 적용한 게임기를 싸게 팔고 소프트웨어를 비싸게 파는 수익모델과는 구별되는 것이다.
그래서 창업할 때 어떤 수익모델로, 가령 월 200만원이라도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는 ‘성공은 운이고 실패는 실력’이라고 했다. 단기적 수익모델을 철저히 세워 ‘실패하지 않을 실력’을 갖추면 언젠가 ‘성공이라는 운’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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