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상인 의사 경찰서 불러 강좌 연 서장…부적절 처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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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서장이 의료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피소된 의사를 경찰서로 불러 건강 강좌를 개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시흥시 의사협회에서는 같은 해 9월 7일 시흥경찰서에 인사차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건강 강좌 개최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한 달여 뒤인 시흥경찰서는 10월 13일부터 4차례에 걸쳐 건강 강좌를 열기로 하고, 시흥시 의사협회로부터 B씨가 포함된 4명의 강연자 명단을 전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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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현직 경찰서장이 의료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피소된 의사를 경찰서로 불러 건강 강좌를 개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80대 여성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시흥시 소재 모 정형외과에서 인공관절 교체 수술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 측은 "병원에서 진통제를 다량으로 투여한 것이 뇌경색 발병의 원인"이라며 해당 병원의 의사 B씨 등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지난해 3월 고소했다.
경찰은 10개월가량의 수사 끝에 '병원 측의 약물 사용이 뇌경색을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5일 B씨에게 아무런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그러나 수사를 맡았던 시흥경찰서가 사건 종결 전 B씨를 경찰서로 초청해 무료 강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30일 시흥경찰서에는 현재 서장으로 재직 중인 김모 서장이 부임했다.
시흥시 의사협회에서는 같은 해 9월 7일 시흥경찰서에 인사차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건강 강좌 개최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김 서장은 "경찰관들은 야간 교대 근무를 많이 하는 등 격무에 시달려 심혈관 질환 등의 환자가 많은데, 건강 강좌를 해줄 수 있겠느냐"며 요청했고, 시흥시 의사협회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어 김 서장과 시흥시 의사협회 의사 4명 등이 모여 저녁 식사도 했는데, 협회 간부인 B씨도 함께 자리했다. 이 자리에는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김 서장 외 다른 참석자들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여 뒤인 시흥경찰서는 10월 13일부터 4차례에 걸쳐 건강 강좌를 열기로 하고, 시흥시 의사협회로부터 B씨가 포함된 4명의 강연자 명단을 전달받았다.
김 서장은 이때 형사과에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피소된 B씨를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행사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B씨는 건강 강좌의 첫날 강연자로 나서 1시간에 걸쳐 강연했다. 그는 강연 과정에서 김 서장이 알려준 '숟가락주'(숟가락에 소주잔을 올려둔 뒤 술을 흘리지 않으면서 마시는 방식)에 대한 소개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건강 강좌를 진행한 사진 등을 병원 홈페이지에 올려뒀는데, 나중에 A씨 측이 이를 보고 김 서장 등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며 반발했다.
김 서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건강 강좌 개최 이틀 전, 정보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앞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지난해 9월 25일 '(병원 측의 약물 사용과 뇌경색 발병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회신했다는 말을 듣고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다"며 "의료사고 수사의 경우 수사기관의 자체적인 판단이 아닌 중재원의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흥시 의사협회와 저녁 식사 당시에는 B씨가 피소됐다는 사실을 몰랐고, 수사와 관련해 이야기한 적도 없다"며 "다만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나의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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