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아픔은 없다"…2025 APEC 개최지는 경주
보문관광단지 정상 경호 및 안전, 국내 산업 소개의 '최적지'
'2025 APCE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을 앞두고 경북 경주시가 300만 경북도민과 함께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나섰다.
대형 국책사업을 두 차례나 빼앗긴 아픔을 딛고 경주 100년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완성할지 주목된다.
1993년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열린 APEC 정상회의는 태평양 연안 2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교역량의 48%,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협력체로 꼽힌다.
정상회의는 2년마다 한 번씩 회원 국가를 돌아가며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에 다시 개최할 예정으로 개최지는 오는 4월 이후 결정된다.
경주시는 정상회의 유치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정상회의 유치 시 경북지역 생산유발효과만 5274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316억원, 고용 창출은 4893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회의 기간 동안 내·외국인 관광객도 50만명 가량 늘어나 지역 경제 부흥의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화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를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고, 국내 최초 관광단지인 보문관광단지의 심각한 노후화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도 꼽힌다.
경주는 경쟁 도시 중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회의장소인 보문관광단지는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각국 정상의 경호와 안전에 매우 유리하고 각국 정상과 수행원, 기자단을 수용할 충분한 숙박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 회의장과 숙박시설 간의 동선이 매우 짧은데다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는 2025년 증개축을 완료할 예정이어서 정상회의 유치에 충분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경주는 천년의 신라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의 보고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다.
경주는 또 유치에 나선 도시 중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여서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정부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지역균형발전'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또 다시 정치적 고려로 인해 경주가 고배를 마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경주는 대형국책사업에서 두 차례나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먼저 거론되는 국책사업 실패는 경마공원이 꼽힌다.
지난 1991년 정부는 지방경마장 건설계획을 수립해 공모에 들어갔고 이듬해 경주가 최적지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선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경마장 유치를 원하는 부산경남지역 민심을 고려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1994년 경주경마장 건설계획을 발표했고, 한국마사회가 95년부터 예정지인 경주시 손곡동과 물천리 일대 부지를 매입했지만 96년 이곳에서 신라시대 가마와 고분 등이 다량 출토되면서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부산경남 민심을 반영해 김해에 경마장 건설을 결정했고, 2001년 문화재청이 경마장부지의 87%에 달하는 85만 3천제곱미터를 사적으로 지정하며 경주경마장은 결국 무산됐다.
2005년 무주로 확정된 태권도 공원 유치전도 마찬가지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역사 유적지인데다 숙박 등 관광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태권도 공원을 조성하면 외국인과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화랑도가 곧 태권도의 원류인데다 태권도 성지와 연계한 관광 자원이 많아 가장 이상적인 부지로 꼽혔다.
그러나 당시 동계올림픽 유치 후보 자격을 놓고 평창과 무주가 또 다시 격돌한 상황에서 평창이 후보가 됐고, 이에 전북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자 정부가 일종의 보상 차원에서 무주를 선정하면서 경주는 또 다시 큰 상처를 안았다.
이처럼 두 차례나 국책사업에서 버림받은 경주시는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85일간 진행한 서명운동에는 무려 146만3874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주시 인구가 25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6배에 달하는 서명을 받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경마장과 태권도 공원 유치 실패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경주시민들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주시는 공모신청 절차에 철저히 대비하고 범시민적 유치 의지를 더욱 결집하면서 경주 유치 공감대와 분위기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다행히 현재 분위기는 경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쟁도시인 인천은 수도권에 있는 만큼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라는 국정과제에 맞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은 20년 전에 이미 개최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개최도시 중 페루 리마와 태국 방콕을 제외하면 APEC 정상회의를 2차례 개최한 도시가 없다. 특히 GDP규모가 세계 30위권 내에 드는 국가 중에서 같은 도시에 정상회의를 다시 개최한 사례가 없는 만큼 대한민국의 국격을 고려하면 부산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의 경우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강점이지만 한국적인 미를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고, 각국 정상들이 관심을 갖는 경제와 산업현장을 둘러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이 22대 총선 뒤로 밀린 점도 경주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고려나 판단이 아닌 순수한 도시 경쟁력과 매력에서 경주는 어떤 도시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만큼 간절한 시민의 뜻과 의지를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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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CBS 문석준 기자 pressm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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