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 못 막아"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25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어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를 공동주최했다./사진 제공=한국주택협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법 개정안의 처리가 무산된 가운데 건설업계가 반발에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으로서 갖춰야 할 요건을 과도하게 일탈한 규제라며 오는 27일부터 확대 시행할 경우 검찰과 법원에서 명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5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공동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법무법인 세종과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후원했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와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장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김재식 한국주택협회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 자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간의 경과를 되돌아 보고 중대재해 저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며 "이에 대한 풍성한 논의가 이뤄져 중대재해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진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 처분과 법원 판결 분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검찰과 법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에 대한 명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현재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하여 혼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검찰과 법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의 명확한 의미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충실하게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기업들조차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13건의 법원 판결 중 일부 판결을 제외한 대다수의 판결은 치열한 법리 다툼이 아닌 피고인의 자백만으로 종결된 바 있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해석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진 변호사는 단기간 내 법률 개정이 어려운 현 시점에서는 검찰 처분과 법원 판결을 통한 구체적 예시가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크게 ▲경영책임자는 반드시 CEO에 국한돼야 하는지 ▲안전보건확보의무는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요구되는지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예견가능성 등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이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점검 결과 중대재해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이나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법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요건을 과도하게 일탈한 규제이며 위헌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자주 제기된다"며 "고용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도 여전히 처벌과 규제가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처벌과 규제 위주의 법령을 통해서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는 점은 외국의 사례를 통해 이미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방향성을 달리 할 수 있는 접근이 적극적으로 모색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경기 악화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경색으로 악재가 침체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처벌 수준만 지나치게 높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확대는 건설업계에 삼중고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모호한 해석기준에 대한 제도 개선 노력 등을 통해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 효과를 높이면서 건설업계가 올바른 정책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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