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떨어져도 육아시장엔 늘 기회"
100만개 팔린 '국민 아기띠'
창업 6년만에 매출 100배↑
엄마직원 배려 전원 재택근무
57명, 4개국 24개도시서 일해
"출산·육아도 여성에겐 경력"
서울 성동구 옥수동 언덕에 위치한 단층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새 집 냄새가 났다. 이곳은 창업 7년 만에 처음 만들어진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의 사무실이다. 이 업체가 '국민 아기띠'로 불리는 코니 아기띠를 처음 세상에 내놓은 지 7년이 됐다. 부부가 회사를 창업해 연 매출 300억원 회사로 키운 지금까지 전 직원 57명은 4개국, 24개 도시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새 코니 아기띠는 누적 100만개가 팔렸다. 지난해 기준 한국 출생아가 2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현재 코니 아기띠 10개 중 9개(87%)가량이 국외에서 판매된다. 국내에서는 아기띠에 이어 레깅스, 내의를 비롯한 유아 의류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올해는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코니바이에린 새 사무실에서 만난 임이랑 대표(사진) 명함에는 CEO(최고경영자)라는 직함과 함께 '지용 지헌 엄마'라고 쓰여 있었다. 코니바이에린이 육아를 해본 엄마라서 만들 수 있었던 회사라는 그의 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니 아기띠는 2016년 출산 후 타사 아기띠를 사용하다가 목 디스크 파열을 경험한 뒤 자신에게 맞는 아기띠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임 대표의 의지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임 대표는 "나는 아주 까다로운 소비자였다"며 "열심히 검색해 물건을 구매했는데 소재가 마음에 안 들면 '지구 쓰레기'를 산 것 같은 불쾌함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코니바이에린을 창업한 임 대표는 마음에 드는 원단을 찾지 못하자, 아예 원단을 직접 생산하기로 결심하고 생산·염색·가공 전 과정의 품질을 관리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에 생산라인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제품군을 무작위로 늘리는 대신 한 제품당 선택지를 여러 개 뒀다. 보통 3~4종류 색깔로 구성되는 타사 아기띠와 달리 코니 아기띠 색깔은 20종류가 넘는다. 360도 돌려 쓰는 유아 턱받이의 경우 33가지 패턴과 컬러로 내놨고, 레깅스도 계절마다 7가지 색상으로 출시한다. 임 대표는 "일간·주간·월간 데이터를 확인해 재고를 소화할 능력을 키웠고, 이로 인한 비용 낭비를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출생률이 낮아지고 아이가 줄어들면서 육아용품 사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임 대표는 "육아 시장에는 언제나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육아 시장은 다른 산업과 달리 매년·매월 새로운 소비자가 들어온다"며 "특히 글로벌에서 더욱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제품을 받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간파한 임 대표는 해외에서 구매하는 고객도 2~3일 안에 받을 수 있도록 '국제특송'으로 제품을 배송했다.
엄마 경영자인 임 대표가 챙기는 것은 엄마 고객뿐만이 아니다. 회사를 설립한 이후 7년간 재택근무를 고수했던 것도 엄마 직원을 위한 배려였다. 코니바이에린은 여성 직원 비율이 90%에 달한다. 홈페이지에 있는 '출산과 육아도 우리에게는 경력'이란 문구가 눈길을 끈다. 코니바이에린은 자녀 등·하원 시간을 고려해 근무시간 중 최대 1시간을 돌봄에 사용하고, 이후 근무시간을 충당해 업무와 돌봄의 병행이 가능하게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에게는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해준다.
지난 2일에는 겨울방학과 어린이집 휴무로 보육 공백이 생긴 직원을 대상으로 자녀와 함께 사무실에 나오는 '자녀 동반 오피스데이'를 실시했다. 만 5세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8명 아이들이 엄마가 일하는 동안 특별 초빙된 선생님과 함께 글라이더 제작과 미술 수업 등을 하고, 휴식 시간에는 엄마와 간식을 먹었다. 임 대표는 "좌우명이 '우선 된다고 하고 방법을 찾아보자'다"며 "워킹맘·워킹대디가 당연히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의 업무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다"며 "현명하게 본인의 삶을 관리할 수 있도록 회사가 돕기 때문에 오히려 높은 업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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