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김건희 사과 요구→엄호로···한동훈 “사과 요구한 적 없다”

정대연·조문희·유정인 기자 2024. 1. 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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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률 국민의힘 비대위원(오른쪽)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왼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01.25 박민규 선임기자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5일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관여 의혹을 제기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앞서 여러 차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할 정도로 김 여사 문제가 ‘역린’이란 점이 확인되자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도 이날 자신이 김 여사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김 여사 사과 요구를 자제하고, 윤 대통령은 사건 경위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선에서 이번 일을 덮고 가려는 모습이다.

김 위원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돈봉투 사건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언급한 뒤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는 것)”고 말했다. 김 위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금 흐름이 모두 다 밝혀졌다”며 “왜 이와 같이 명확한 사건들이 민주당에만 가면 흐릿해지는지, 정쟁의 영역으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한 김 여사 사과 요구에서 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 여사 엄호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김 위원은 회의에서 김 여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을 피해 당사를 빠져나갔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김 여사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었느냐”며 “제가 드렸던 말씀을 그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 등 제도적인 재발방지책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사과 문제와 관련해 “저희(당)가 대통령실에 구체적인 주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출구전략으로 거론되는 김 위원의 비대위원직 사퇴에 거듭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 비판 선봉에 섰던 친윤석열계 이용 의원은 이날 김 위원 거취 문제에 대해 “본인이 잘 판단할 것”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서는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당사에서 연 정치개혁 관련 좌담회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수십년간 바라는 걸 하겠다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면 저는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앞서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 등 정치개혁 방안에 대한 민주당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공개적으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언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년 기자회견 대신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KBS와의 신년 대담 주제 중 하나로 다룰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다만 현재까지도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출구 전략을 검토하는 데는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가 몰카(불법촬영) 공작 피해자라는 기본 인식 하에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우려하게 만든 데 책임이 있다고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시해 한 위원장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에서 (준비)하는 것을 기대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준비 중인 만큼 당과 대통령실 관계에서 논란을 낳을 만한 상황을 더는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여사 논란이 낳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충돌이 결과적으로 여당의 총선 결과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2주 전보다 1%포인트 하락(31%)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포인트 상승(33%)하며 민주당과 순위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민주당 33%→30%).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포인트 상승(42%)한 반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답변은 2%포인트 하락(48%)했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의 응답률은 17.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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