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는 소상공인은 죽으란 소리"…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전통시장 '한 숨'
"대형마트 의무휴업마저 없애 버리면 힘 없는 소상공인은 굶어 죽으라는 소리로 들리네요"
25일 오전 11시 30분께 광주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은 설 대목이 다가옴에도 차가운 공기만 맴돌았다. 이곳은 광주지역 최대 수산물 재래시장이다.
시장 입구는 주민들의 통로가 되버린 듯 지나가는 행인들만 있을 뿐 상인들은 물건들 앞에서 영하권 날씨에도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게들은 난로에 손을 녹이며 손님들이 붐비지 않는 휑한 거리를 바라보며 졸음을 물리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발길을 돌려 시장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손님이 많을 시간인 점심시간에도 곳곳에서 문이 닫힌 상점들이 확인됐다. 언제 열었는지도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수북이 쌓인 먼지와 함께 상점들은 불이 꺼져 있었고 입구 매대는 천막으로 덮여 있었다.
한파와 더불어 높아진 물가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경제난을 버티지 못한 상점들이 늘어난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이모씨(56·여)는 "아침 7시부터 문을 열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2명 말고는 수익이 없다"며 "주변 상점들도 손님이 너무 줄어 하루 수익이 몇 만 원에 불과한 적도 많다. 결국 몇몇은 상점을 접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은 한파와 함께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전통시장의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상인들의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광주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1)는 "그나마 주말에 오던 고객들마저 대형마트로 가게 되면 결국 바위에 계란만 깨지는 것 아니겠냐"며 "우리 같은 힘없는 소상공인들은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지, 그건 정부에서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발끈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준호씨(43)도 "주말에도 대형마트가 배송이 되면, 사람들이 마트에 가서 편히 장을 보지 굳이 재래시장까지 오겠냐"고 혀를 찼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도 대형마트 휴일이 평일로 옮겨지게 되면 접근이 쉽고 배송도 간편한 마트를 더 이용할 것 같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광주 동구 학동에 사는 이정화씨(48)는 "주말에 대형마트가 문을 안 열면 가족들끼리 시장을 자주 찾는 편이다. 그런데 사실 주말에도 마트가 문을 열게 된다면 마트 쪽으로 발길이 더 가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데 그게 상권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같은 시민으로서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광주전라본부, 정의당 광주시당, 광주시도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평일 전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정은 정의당 광주시당위원장은 "대형마트를 살리겠다고 한 정책이 소상공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은 것 아니냐"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것은 한 달에 두 번 쉬는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광주시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우려 등을 고려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발표에 따라 많은 소상공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광주시의 특성상 조례 변경 없이 가는 것이 시의 생각으로, 5개 구와 협의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을 변동 없이 해나가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민 기자(=광주)(pa74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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