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사용자는 CJ대한통운" 판결에 대리점 뿔났다

김지우 2024. 1. 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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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2심서 택배노조 손 들어줘
노조 "CJ대한통운, 단체교섭 임해야"
CJ대한통운 "동의할 수 없어…상고할 것"
대리점연합 "산업현실 반영하지 않은 판결"
/ 그래픽=비즈워치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CJ대한통운은 상고하기로 했고, 노조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한편,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택배기사를 중개하는 대리점연합은 택배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상황에 맞게 작업 여건을 만들고 수수료 등의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역할을 부정당했다는 주장이다.

택배사·대리점 '한 목소리'

법원은 지난 24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택배기사가 택배를 차량에 싣고 있다. / 사진=CJ대한통운

이슈의 시작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20년 3월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당시 노조가 제시한 단체교섭 의제는 △서브터미널에서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서브터미널에서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택배기사 1인당 1주차장 보장, 우천시 상품 보호 시설 설치) △주 5일제 실시 △급지수수료 인상·개선 △사고부책 개선 등 6개였다.

CJ대한통운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했다. 택배기사와의 위수탁 계약은 하청인 대리점이 맺은 것이기 때문에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택배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찾아갔다. 중노위는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불복한 CJ대한통운은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월 1심과 이달 2심 모두 중노위와 같은 판결을 받았다."택배기사와의 계약서는 이제 종잇장에 불과"

택배기사를 고용하는 대리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전국 2000여 대리점의 존재를 부정 당했다"면서 “택배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판결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원청과 교섭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은 종잇장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리점연합은 대리점이 택배기사의 다양한 운영 방식과 근무 여건, 집화 형태 등을 결정하는 '실질 사용자'라고 강조했다. 대리점이 택배기사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원청 택배사가 단체교섭에 응해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 작업 방식, 수수료율에 관한 계약 조건 등을 협의한다면 대리점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하도급법 및 파견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대리점이 현장 상황에 맞게 작업 여건을 만들고 수수료 등의 근로 조건을 직접 결정한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전국의 대리점별로 처리하는 물량, 집배송 구역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업무수행 방식과 경영 체계가 동일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택배산업 구조 어떻길래

택배산업 구조는 택배사와 대리점, 택배기사로 구성돼 있다. 현재 대다수의 택배사들은 대리점(집배점) 체제를 영위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택배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택배사들은 직영 체제에서 지역 집배점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대리점의 역할을 두고 원청과 노조 측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택배 운임은 대리점이 대형 택배사와 계약을 체결해 택배기사와 나눠갖는 구조다. 택배기사들이 집하, 배송한 물량에 대해 원청인 택배사가 대리점에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면, 대리점은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고 택배기사에게 지급한다.

택배 집하 현장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노조는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은 원청인 택배사가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를 원청이 정할뿐만 아니라 대리점은 기사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할 권한이나 제반시설을 개선할 자금 등이 없다"며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택배사와 대리점 측은 원청이 모든 대리점을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대리점별 당일 물량과 작업 상황에 따라 작업시간, 수수료 등이 달라지는데, 대리점들이 작업효율을 늘리기 위해 자체 시설을 보유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원청이 일률적으로 근무환경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집배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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