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적시치료' 받게…경증환자는 지역병원으로 보낸다
외래감축分·중증 진료 강화·지역 의료기관 네트워킹 등 평가해 차등 보상
정부가 중증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이달부터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에 나선다. 규모와 전문성에 맞게 중증질환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상급병원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려는 목적이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으로 돌려보내고, 그 외래 감축분(分)만큼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강조해온 '지역완결형 필수의료'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박민수 제2차관의 주재로 열린 2024년 제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응급실을 포함해 대형병원으로 경증환자가 쏠리는 현상은 국내 의료체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고질적 문제다. 이 때문에 정작 중증·응급환자들이 적시치료를 받지 못하고 상태가 더 악화되는 일도 많았다.
정부로부터 '30%의 가산 수가'를 받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의도치 않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셈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말 의료기관 47곳을 제5기(2024~2026)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했는데, 향후 필수의료 진료를 충실히 수행하는 병원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평가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상급종합병원 3곳은 △삼성서울병원 △인하대 의과대학부속병원 △울산대병원(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이다. 복지부는 지난 2022년 참여기관 공모를 진행한 뒤, 시범사업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같이 최종 결정했다.
핵심은 환자의 중증도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의료기관 종별로 제공하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한 경증환자는 환자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 의료기관으로 회송하고, 중증·고난도 환자에게 적시에 '질 높은' 진료 및 치료를 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들은 인력·시설·장비 등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중증, 희귀난치질환, 고난도 진료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함이다.
또한 중증도가 낮은 환자가 관내에서도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기관들과 긴밀한 진료협력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환자 의뢰·회송과 함께 진료협력을 지원하는 전담인력도 대거 확충한다.
지역 병·의원과의 진료 정보 공유, 의료진 교육(임상) 지원 등 전반적 협력구조 강화는 물론, 회송된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필요로 할 경우, 신속하게 우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참여기관 3곳 중 삼성서울병원은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로 한 반면 인하대병원과 울산대병원은 지역형 네트워킹을 추진하기로 했다.
병원마다 초점을 맞추는 사업도 조금씩 다르다. 삼성서울병원은 '정밀·재생·융합의료' 중심 연구와 중증·고난도 및 희귀·난치 진료영역(암·심뇌혈관질환 등)을 연계해 새로운 치료법을 기반으로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하대병원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응급진료 활성화, 중환자실 확충에 따른 전문 의료인력 확보와 함께 암통합 지원센터 인프라 강화를 내세웠다. 울산대병원의 경우, '암·응급·장애인 친화진료(구강진료센터·산부인과)' 강화, 감염병 전담 음압병동 신설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는 중증·고난도 환자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많이 제공될수록, 또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이 원활할수록 성과를 높게 평가해 기관 단위로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보상금으로 쓰이는 금액은 연간 900억 규모로 4년간 총 3600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회송된 환자들이 단순히 진료가 끝나고 (그저) '집 근처 병원'으로 보내지는 게 아니라 치료의 연속성을 가지면서 의료 질도 잘 보장될 수 있도록, 또 중증화가 진행되거나 다른 응급상황이 생기면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잘 의뢰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구축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진료 강화와 협력진료 이용 등 마련된 성과지표들에 따라 차등 보상을 할 예정"이라며 "총 보상액은 외래 감축분과 관련해 책정한다. 절반은 사전에 지급되고, 나머지 절반이 여러 성과 목표·지표를 평가해 (차등)지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2차관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기관 간의 협력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무한 경쟁의 비효율적 의료전달체계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로 정상화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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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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