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처법 끝내 시행 현장선 폐업 공포

김세희 2024. 1. 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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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찜질방 등 83.7만곳 적용
대부분 제대로 몰라 혼란 예상
정치권선 책임 돌리기에 급급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 의장실에서 열리는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각각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 영세기업들의 호소에도 불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25일 끝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된다. 정쟁을 벌이느라 타결책을 찾지 못한 여야를 향한 비판과 함께 산업 현장에도 큰 혼란이 우려된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주도로 도입됐고, 이듬해 1월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을 공사금액 50억원 이상)만 대상으로 우선 시행했다. 50인 미만 사업장(5~49인)에 대해서는 적용이 3년간 유예됐다.

여야는 다시 이 법안의 적용 유예 여부를 두고 협상을 벌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가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었던 만큼, 전날(24일)까지도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재로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가 협상이 불발됐다. 결국 중대재해법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총 83만7000곳의 사업장이 새롭게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사업장의 24%에 이르도 종사자는 800만명이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5인 이상의 빵집. 찜질방, 식당 등도 적용받는데 대부분 제대로 모르고 있고, 알더라도 준비가 안 돼 큰 혼란이 예상된다.

실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자 10곳 중 9곳은 중대재해법 대응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지난달 10일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4%가 현재도 법 적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와 경제 5단체(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거듭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개정안 입법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늘 국회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유예 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가 무산된 것을 두고 정치권을 향한 비난도 거세다. 여야가 총선에서 각자 경영계와 노동계 표심을 의식하느라 애초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유예안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총선 표심과 관련한 이해득실 계산이 여야의 타협보다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경영계의 입장을 지지하는 반면 민주당은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양상이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법안 유예가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한 것이라고 맞선다.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법 통과를 위한 요구사항을 추가하며 여야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코로나 등으로 2년 간 시간을 뒀지만 사실상 코로나 상황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어려운데 (법 적용을) 준비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최소한의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요구했는데도 정부·여당 측에서 아무런 답이 없다"며 "중대재해법을 또다시 2년 간 아무 조치 없이 유예한다면 산업현장의 안전은 2년 후에도 이 상태일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일방적으로 우리 당이 마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을 외면하는 것처럼 정치 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세희·안소현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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