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목사 설교와 선거법
“어느 당을 찍어야 하나요?”
2020년 21대 총선을 불과 몇개월 앞두고 광화문 집회에서 터져 나온 군중의 이 질문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주님께 물어보면 주님이 응답하실 것입니다, ○○○○당 찍어야지.” 전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비슷한 시기에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는 역시 광화문 집회에서 ‘주사파 정권에 반대하는 애국시민 151명을 투표로 뽑자’는 발언 등을 해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두 목사의 언행에 대해 법원은 개별 후보자를 특정하지 않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총선이 다시 다가왔다. 사찰, 교회, 성당 등 종교시설은 선거운동의 최적 장소다. 특정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스님·목사·신부가 후보자·정당에 대해 말 한마디만 해줘도 금상첨화다. 그런데 이곳에서 종교인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대놓고 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25일 ‘종교단체에서 목사가 설교와 같은 직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면 형사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목사의 헌법소원 청구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종교인이 종교행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처벌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이다. A목사는 21대 총선 때 예배 시간에 신도들을 상대로 ‘지역구는 ○번 찍으세요’라고 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B목사 역시 2022년 대선 때 ‘이재명(후보), 그 선거공약을 믿어?’라고 말해 벌금형을 받았다. 두 사람은 ‘종교적 기관·단체 등의 직무상 행위’라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종교·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면서 동시에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했다. 헌재가 판결한 것처럼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 전·김 목사의 예처럼 일반 집회가 아니라면, 종교시설 내에서 설교 중에 하는 선거운동은 엄연히 불법이다.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하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종교시설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공간에서 찾는 게 맞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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