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룬 남자, 최형우의 갈증 “우승 한 번 더 하고 싶다, 바로 올해”[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1. 25. 17:12
최형우(41·KIA)는 1~2년 전부터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해달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후배들이 주인공, 이제 자신은 뒤에서 받치기만 할테니 시선을 주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제 4번 타자보다 6번 정도에서 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KIA의 4번 타순에 가장 많이 서는 타자는 여전히 최형우다.
1983년생 최형우는 새해 시작과 함께 KIA와 1+1년 최대 22억원의 계약을 했다. 올해 옵션을 채우면 내년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 2021년 맺었던 4년짜리 FA 계약의 종료를 1년 남겨두자 구단이 다년계약을 제안한 것은 최형우에게도 의외였다.
선수단의 스프링캠프 출발 막바지 준비로 바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40대에 또 2년 활약을 기약한 채 2024년 선수단 프로필 촬영을 새로 한 최형우를 24일 만났다. “신체 나이는 30대 후반, 마음도 20대는 진작에 떠났고 서른살 정도”인 것 같다며 먼저 ‘나이’를 강조하지만 최형우는 불혹의 문턱을 넘어온 최근 몇 년 간에 비해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고,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또 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최형우가 또 열어젖힌 첫 문
최형우는 KBO리그에 100억의 문을 연 주인공이다. 2017년 자유계약선수(FA)가 돼 KIA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 ‘FA 거품’ 우려가 치솟던 시절, 많은 구단들이 선뜻 넘지 못하고 있던 문턱을 최형우를 통해 KIA가 넘었고 그해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40세가 넘어 FA도 아닌데 다년 계약을 한 것 역시 최형우가 처음이다. 역대 최고령 비FA 다년 계약을 했다. 리그 역대 최초이자 유일하게 1500타점을 넘고 490개의 2루타로 역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최형우는 방출 설움을 딛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만 25세에야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하고서도 15년 사이에 강렬한 활약으로 리그 최고봉에 오른 기록적인 선수다.
많은 후배들이 길을 열어준 최형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최형우는 “연락오는 후배들이 종종 있다. 대형 계약을 하고나서 ‘형이 깔아놓은 길 우리가 따라간다’고 하고 ‘형처럼 그 나이에도 그렇게 하는 거 쉽지 않겠지만 나도 형처럼 하고 싶다’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한다”고 했다.
팀내 후배이자 현역 투수 중 역시 레전드급 기록을 쌓아가고 있는 양현종(KIA)도 “(최)형우 형을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30대 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신체적 한계를 느끼지만 자신보다 5살 많은 나이에도 변함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최형우의 모습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최형우는 “현종이가 직접 얘기한 적 있다. 그런 말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사실 열심히 할 만큼 했고 보여줄만큼 보여줬다고 생각해서 마흔 다가서면서는 많이 내려놓고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장 경기력이 안 되겠다고 하면 그때는 물러날 생각이다. 그래서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또 그렇게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4년,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나’
최형우는 리그 최고령 선수들인 1982년생 오승환(삼성) 추신수(SSG) 등보다 1살 어린 고령 선수다. “박수칠 때 더 열심히 해야지 떠나지는 않겠다”면서도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하는 선수다. 이미 30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고령 선수’라는 말을 들었던 최형우는 “그때까지만 해도 동의하지 않았다. 나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몸으로 나이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3년 전쯤부터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몇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다. 거기서 또 맞춰서 다른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이 돼서도 쭉 잘 달려오던 최형우는 2021년에 급격한 내리막길을 탄 적이 있다. 늘 풀타임을 뛰었던 그해 104경기에 나가 타율 0.233에 그쳤다. 최형우는 “그때 부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몸이 변하고 있는데 내가 (운동하는 것은) 별로 변화를 주지 않았다. 몸은 아프고 슬럼프 오고 그러니 마음만 조급해 했다. 멍청했던 거다. 그래서 그 뒤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며 “생각을 많이 바꿨던 것 같다. 웨이트도 좀 더 꾸준히 하고 아주 사소한 변화지만 타격 포인트도 약간 앞으로 둔다든지, 약간 엎어친다든지 바꿔보면서 했다. 그런데 그게 작년에 비로소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늘 타율 3할을 훌쩍 넘기다 2021년부터 2년 간 2할 중반대에 머물렀던 최형우는 지난해 121경기에서 타율 0.302를 회복했고 17홈런 81타점을 쳤다. 최형우는 “그동안 하루하루 됐다가 또 오늘은 안 됐다가 기복이 있었다. 그게 작년에는 좀 정립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물론 젊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새로운 느낌이 왔다. 그래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나’라고 했었다. 나 자신도 내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승한 지 7년, 다시 때가 왔다
스스로에게 기대를 걸면서 삼은 목표는 바로 우승이다. 기록과 계약을 통한 가치 평가에서 리그 역대 최고를 찍어 더 이룰 것도 없는 이제 우승에 대한 갈증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 전 소속팀 삼성에서도 몇 번의 우승을 했고 KIA 이적후 첫 시즌이었던 2017년에도 바로 우승을 했지만 올해 맺은 2년 계약 기간 동안의 목표는 단연코 우승이다.
최형우는 “해볼 건 다 해본 것 같다. 우승을 해봤다고 하지만 마지막이 2017년, 벌써 7년이 지났다. 너무 오래 돼서 가물가물하다”며 “이제 우승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제 우리 팀 상황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IA는 최형우와 함께 우승한 뒤 2018년 5위를 마지막으로 3년간 가을야구에 가지 못했고 2022년 다시 5위로 짧은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지난해 아쉽게 6위로 물러났다. 2017년 이후로는 우승권에 근접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최고참 최형우부터 자신감을 갖고 있다.
KIA는 타선 짜임새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이제 궤도에 오른 시점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최형우도 “KIA에 온 뒤 한동안은 더 커야 할 타자들이 많았다. 커야 하는 과정에 오래 머물러 있던 타자들이 이제 어느 정도 다 올라왔다고 본다. 박찬호, 이우성, 최원준, 이창진 같은 타자들이다. 우승권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목표를 ‘상위권’이라고 말해왔다. 이제 그걸로는 안 된다.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자연스레 증가하는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최형우는 올해도 5㎏을 감량했다. 더 이상의 기록 욕심은 없지만 전과 같이 만루가 채워졌을 때는 싹쓸이 하겠다는 욕심으로, 이제 올라올만큼 올라온 후배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우승 도전 길에 나선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포츠경향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종합] 토니안 “거울 깨고 피 흥건···조울증+대인기피증 앓아” (새롭게 하소서)
- ‘음주 튀바로티’ 김호중, 징역살이 억울했나···즉각 ‘빛항소’
- ‘마약투약·운반 의혹’ 김나정, 경찰에 고발당했다
- ‘송재림 사생활’ 유포한 일본인 사생팬에 비판세례···계정삭제하고 잠적
- [스경X이슈] “잔인하게 폭행” VS “허위 고소” 김병만, 전처와의 폭행 논란…이혼 후 재발한
- 한지민♥최정훈, 단풍 데이트 ‘딱’ 걸렸네…이제 대놓고 럽스타?
- 빈지노♥미초바 득남, 옥택연·로꼬·김나영 등 축하 물결
- [스경X이슈] 김광수가 되살린 불씨, 티아라·언니 효영에도 붙었다
- 최동석 ‘성폭행 혐의’ 불입건 종결···박지윤 “필요할 경우 직접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