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될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위한 조건은

정혜윤 기자 2024. 1. 25. 17: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일본 증시는 나는데 우리나라만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일본처럼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을 압박해 스스로 경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게 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밀어올리자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상장사 공시만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해결과 증시 부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를 분석해 대응 방안을 설계하고 투자자에게 알리게 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계획을 다음 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 ROE·자기자본수익률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 공시하도록 한다. 이를 토대로 상장사가 기업가치 개선 계획도 밝히도록 권고한다. 공시우수법인은 가점도 준다. 또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해 ETF(상장지수펀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일본 증시 상승 배경으로 꼽히는 정책들을 모티브로 삼았다. 도쿄증권거래소의 PBR 1배 이하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방안 요구,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의 월간 등재와 일본 금융 당국의 JPX Prime 150 벤치마크 신설, 기관 투자자 장려 정책 등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일본 정책의 벤치마킹이 기업의 주주가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공시를 강화해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 계획과 사업 전략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자금 유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무 건전성이 높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독려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단 일본과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달라 이 같은 정책만으로는 증시 부양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일본 증시 상승은 중앙은행의 제로 금리 유지, 양적완화와 결부된 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 매입 등이 결부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 역시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 이후 수급 효과도 높았지만 BOJ(일본은행)와 기관 투자자의 수급 기여가 컸다"며 "자국 내 주식형 ETF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지수 랠리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간에도 역대 정부가 녹색 성장, 통일 펀드, KRX300, 뉴딜 지수 등 기금 조성 프로그램을 제시했지만 주식시장의 자금 형성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 KRX300 벤치마크가 신설돼 당시 추종자금 AUM(운용자산) 규모는 3개월만에 1조1000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피크아웃(고점통과)를 기록한 후 지수 조정과 함께 AUM도 줄었다. 이후 2020년 7월 문 정부는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BBIG-K 뉴딜 벤치마크를 신설했지만 펀드가 정책형/인프라/민간 펀드로 분류되는 바람에 주식시장에서는 자율적인 민간 펀드에 불과해 자금을 끌어모은 데 한계가 있었다.

고 연구원은 "과거 관제 펀드는 주식시장 등에서 개별 모멘텀이 선반영됐고 정작 정책 제시와 추종자금의 형성 시점에 높은 밸류 부담이 있었다"며 "정책 실효성은 결국 주식시장 자금 형성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상장사의 자율적인 공시만으로는 실제 주식시장에서의 가치주 제고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의 세제 혜택 등의 메리트가 제공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일본의 PBR 1배 요구 조치 등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우리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또 일부 산업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등으로 저PBR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 등 여러 상황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