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HD현대, 차세대 구축함 수주 신경전… ‘잠수함 도면 유출’ 논쟁
HD현대중공업이 올해 하반기 예정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1번함의 상세설계·선도함건조 수주전을 앞두고 복병을 만났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특수선 개발 관련 군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HD현대중공업 직원의 판결문을 확보하고, 입찰참가자격 제한 여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례적으로 울산 지역구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상황을 반전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KDDX는 2030년까지 6000톤(t)급인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개발·건조에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다.
25일 조선·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건조 순서로 진행되는 신형 구축함 전력화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2년 개념설계를 수주하며 앞서갔지만,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기본설계를 수주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HD현대중공업은 직원들이 KDDX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HD현대중공업 직원은 2012~2015년 8회에 걸쳐 ‘KDDX 개념설계 1차 설계 검토자료’, ‘장보고-Ⅲ Batch-Ⅱ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 등 군사Ⅲ급 비밀을 빼내 회사 내부망에 공유한 사건이 적발됐고, 법원은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정부가 발주하는 입찰에서 1.8점 보안 감점을 받는다. 0.1점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입찰에서는 치명적인 격차다.
방사청은 더 나아가 HD현대중공업을 부정당업체로 지정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원래 유죄 확정 직후 관련 조치를 진행하려했지만, HD현대중공업 직원이 판결문의 제3자 열람금지를 신청해 절차가 지연됐다. 방사청은 최근 판결문을 입수했고 오는 2월 열리는 계약심의위원회에서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울산 정치권은 ‘한화오션도 보안감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HD현대중공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제기한 사건은 한국 잠수함 도면의 해외 유출설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2일 울산의 한 호텔에서 이채익, 권명호 의원 등을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두 의원 모두 울산이 지역구다. 이 의원은 “관계 당국은 최근 한화오션의 잠수함 설계도 해외 유출 의혹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화오션도 앞으로 입찰에서 상당한 수준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재래식 잠수함 도면을 유출한 혐의로 대우조선해양 출신 A씨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 한화오션이 보안 감점을 받는다면 KDDX 수주전은 다시 박빙이 된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유출됐다는 도면은 인도네시아가 1970년대 말 독일로부터 수입한 독일 HDW사의 209급 잠수함 도면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도면이 아니며, 방산기술 및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경찰 요구로 실무자가 경남 경찰청를 방문해 도면을 열람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형 잠수함(KSS) 사업으로 전력화한 장보고급 잠수함(SS-I)과 이를 토대로 개발한 수출 모델 DSME1400 잠수함이 독일 HDW의 209급 파생형이기 때문에 생긴 혼란이라는 얘기다. 209급은 가성비가 좋아 1970년대 이후 잠수함을 원하는 중소규모 국가가 대거 사들였다. 장보고급과 DSME1400은 소음 방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설계를 변형해 209급과 다른 함급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경찰은 거제·울산 간 공방에 대한 조선비즈의 문의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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