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대위 회의, “오늘부터 당사에서”···왜? [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오늘부터 국민의힘은 4월10일 총선에 더 절실함을 가지고 집중해서 임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모든 당의 인력이 집중된 당사에서 하기로 했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회의장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이 당사에서 비대위 회의를 연 것은 대략 5년 만이다. 비대위나 최고위원회의는 최근 몇년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대부분 열렸다. 회의 장소의 급작스런 이전을 두고 당내에선 ‘원외 중심 비대위’의 결과란 분석부터 공천 ‘밀실 협상’ 활성화란 진단까지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이 기자와의 잦은 질의응답을 꺼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이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비대위를 주로 연 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를 사퇴한 2018년 6월까지다. 이후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 등에서 이따금 당사 회의가 열렸지만 대부분은 본청에서 이뤄졌다.
비대위 장소 이전에 관한 당 공식 입장은 총선 전 당력 집중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상징적 의미 못잖게 실무적 이유도 엿보인다. 당사 6층에는 비대위원장실과 공천관리위원장실이 함께 자리해 있어 한 위원장과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면대면’ 소통하기에 용이하다. 공천 실무 최전선이자 공관위 당연직인 장동혁 사무총장의 방, 공관위원으로 합류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의 방도 당사 5층에 있어 오가기 편하다.
당사에서는 ‘내밀한 접촉’도 가능하다. 국회 본청에는 국회 상임위원회, 본회의와 각종 행사 때문에라도 기자들이 상주해 정치인 간 접촉이 눈에 띄기 쉽다. 반면 당사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건물 경비원의 도어키를 이용해야 해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당사 내부로 외부인이 들어서기 어렵다. 계단에는 경찰이 자리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전 당사에는 도어키가 없어 기자들이 당 인사들과 만나기 쉬웠다”고 말했다. 주요 당직자가 1층에 대기하는 기자들을 피해 당사 뒷문으로 빠져나간 사례도 있다.
검사 출신 한 위원장이 기자들의 잦은 질문을 꺼린 정황도 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숭실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하루에 여러 번 백블(백브리핑)하는 게 좀 이상하다. 앞으로는 한 번만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청에는 통상 약속된 사람만 경비 직원을 거쳐 출입이 가능한 반면, 국회에는 기자가 여기저기 소재해 정치인을 마주칠 때마다 질문을 쏟아붓는다. 한 위원장의 꼼꼼한 성격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질의응답이 마뜩잖았을 것이란 진단도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한 위원장이 기자 질문을 불편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만큼 기자와 많이 소통 많이하는 대표를 못 봤다”고 답했지만, 당사 비대위로 한 위원장은 최소한 비대위 전후 이동 중 기자와의 접촉을 피하거나 선택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당사 위치 변화가 당사 비대위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0년 7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여의도 내 남중빌딩을 매입해 당사로 삼으면서 국회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홍 대표 시절까지는 자유한국당 당사가 여의도 내 한양빌딩에 자리해 국회와 오가기 편했던 반면, 2018년 7월 재정 악화로 여의도 밖 영등포 우성빌딩으로 이전한 뒤인 ‘김병준 비대위’부터는 국회와 당사의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진단도 가능하다.
원외 인사 중심인 비대위 구성 영향도 거론된다. 당연직 비대위원인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제외하면 한동훈 비대위는 원외 인사 6명, 현역 의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원외가 7명이었으나 ‘노인 비하’ 논란으로 민경우 비대위원이 자진 사퇴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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