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 사무관 징계 차일피일 넉달... 교사노조 “엄벌 촉구”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진행 중인 탄원서. /교사노조 인스타그램

전국초등교사노조(이하 교사노조)가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보낸 편지에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좋게 말해도 알아듣는다’고 쓴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 A씨에 대한 엄벌을 청원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25일 교사노조에 따르면 이 단체는 경찰에 A씨에 대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받아 경찰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세종시 초등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A씨가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을 짓고 재발방지서약 및 서면 사과문을 제출하라는 처분을 내렸다”며 “그러나 A씨는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을 서면 사과문이라며 학교에 제출하는 등 여전히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교권보호위원회 통지서에 따르면 A씨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2022년 자녀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담임교사 B씨를 직위해제 하지 않으면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학교장과 교감을 협박 △후임 담임교사 C씨에게 해당 학급의 교육활동 등을 매일 기록해 보내 달라고 요구하거나 자녀를 특별히 대우해달라는 ‘왕의 DNA’ 문서를 보내 교육활동에 부당하게 간섭 △B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기 위해 작성한 ‘국민신문고에 제출한 문서’를 C씨에게 보낸 행위 등이다.

A씨의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 됐던 B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각각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지난해 A씨를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A씨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음에도 중앙징계위원회는 4개월이 넘도록 징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탄원서에서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A씨로 인해 담임 교체, 직위 해제, 학교폭력 조사, 경찰 수사, 시청 조사 등을 당한 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한 피해 교사의 아픔에 깊이 공감한다”며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는 A씨를 엄벌에 처하는 일이 피해 교사의 교육 활동이 위축되지 않고 그분이 받은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교육부 사무관 A씨가 교사에게 보낸 '왕의 DNA' 문서

앞서 지난해 A씨가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우리 아이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달라”는 내용의 문서를 보낸 사실이 교사노조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초등교사노조 측은 “A씨는 담임교사 B씨가 직위 해제된 후 교체된 후임 담임교사 C씨에게 황당한 요구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며 9개 요구 사항이 담긴 A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도 알아듣는다” “하지 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달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A씨는 사과문을 내며 ‘왕의 DNA’라는 표현이 아동 치료기관 자료의 일부이며 자녀의 담임교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직장과 직급을 내세워 압박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대전의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대전시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