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사 쓴 '잠수함'이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5년 107억'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 100억 돌파 계약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고영표가 KT 위즈 프랜차이즈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KT는 25일 "투수 고영표와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 원, 옵션 12억 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KT 관계자는 "계약 기간은 5년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금액과 세부 사항은 조율 중이다"고 전했다. 당시 계약 총액은 100억 원 내외로 알려졌고 107억 원에 사인하며 2028년까지 함께하게 됐다.
화순고-동국대를 졸업한 고영표는 2014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에 지명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창단 멤버인 그는 통산 7시즌 동안 231경기에 등판해 55승 50패 7홀드를 기록했다.
2015시즌 KBO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그는 2016시즌까지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이어 2017시즌부터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2017시즌 25경기 8승 12패 1홀드 141⅔이닝 125탈삼진 평균자책점 5.08, 2018시즌 6승 9패 142이닝 134탈삼진 평균자책점 5.13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2018시즌이 끝난 뒤 군에 입대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했고 2021시즌을 앞두고 돌아왔다.
2021시즌부터 고영표는 KT를 대표하는 투수를 넘어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21시즌 26경기 11승 6패 166⅔이닝 41사사구 130탈삼진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하며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이어 2022시즌에도 28경기 13승 8패 182⅓이닝 39사사구 156탈삼진 평균자책점 3.26을 마크했다.
지난 시즌에도 고영표는 KT 선발진에서 중심을 잘 잡아줬다. 시즌 초반 KT는 많은 부상자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으며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고영표가 꾸준히 버텨줬고 윌리엄 쿠에바스가 팀에 합류하며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감을 되찾았다. 결국, KT는 정규 시즌을 2위로 마무리했다.
고영표는 2023시즌에 28경기(27선발) 12승 7패 174⅔이닝 28사사구 114탈삼진 평균자책점 2.78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이후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2연패를 당했던 KT는 고영표의 호투에 힘입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3연승을 질주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고영표는 두 차례 선발로 나섰고 1패 10이닝 7실점(6자책) 14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을 기록했다.
고영표가 특히, 욕심을 내는 기록이 있다. 바로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라는 별명답게 그는 매 시즌 많은 QS를 달성한다. 2021시즌 25경기에서 21QS(84%) 10퀄리티스타트플러스(QS+,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022시즌 28경기 21QS(75%), 13QS+(46.4%) 그리고 2023시즌 27선발 21QS(77.8%), 17QS+(63%)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20QS 이상을 달성한 투수가 고영표다.
고영표는 지난해 12월 "3년 연속으로 21번 한 것 같다. 그리고 올해는 QS+를 좀 많이 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내년(2024년)에는 80% 이상의 QS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QS, QS+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선발투수가 기복 없이 많은 이닝을 책임져준다는 것이다. 그만큼 불펜투수들도 아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정규 시즌을 봤을 때 선발진의 QS가 많아질수록 불펜 운영이 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고영표는 KT 최초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23일 KT 관계자는 "고영표는 우리 팀에서 야구 내적으로나 야구 외적으로나 해주는 것이 큰 선수다. 최근 3년 동안 매우 잘했다. 국내 선수 중 탑급이었다"며 "여러 가지를 생각했고 연봉 협상이나 자유계약선수(FA)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미래 가치도 생각하는 것이다. 구단과 고영표 모두 긍정적으로 공감한 것이다"고 밝혔다.
고영표는 KBO리그에서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12번째 선수다. 2021년 12월 SSG 랜더스 문승원(5년 55억 원)과 박종훈(5년 65억 원)이 역대 최초 비FA 다년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한유섬(SSG, 5년 60억 원),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5년 120억 원), 김광현(SSG, 4년 151억 원),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5년 90억 원), 구창모(NC 다이노스, 6년 125억 원), 이원석(키움 히어로즈, 2+1년 10억 원), 김태군(KIA 타이거즈, 3년 25억 원), 최형우(KIA, 1+1년 22억 원), 김성현(SSG, 3년 6억 원)의 뒤를 이어 5년 107억 원에 계약했다.
12번째 비FA 다년계약 체결자이자 4번째로 비FA 다년 계약 총액 100억 원을 넘은 선수가 됐다. 계약 규모로 따지면 전체 4위 기록이며 투수만 봤을 때는 김광현, 구창모에 이어 3위다.
또한, KT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100억 원이 넘는 계약을 맺은 선수가 됐다. KT는 FA 시장에서 큰돈을 쓰는 팀은 아니었다. 고영표 계약 이전 최대 규모 계약이 2018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황재균과의 4년 총액 88억 원(계약금 44억 원, 연봉 총액 44억 원)이었다. 그다음 최대 규모 계약은 2016시즌 유한준(4년 60억 원), 2022시즌 박병호(3년 30억 원), 2023시즌 김상수(4년 29억 원)의 계약이다. 하지만 KT는 2024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 고영표의 가치를 인정해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고영표는 구단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투수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선수다. 실력은 물론이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투수이기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앞으로도 에이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영표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며 "KT 창단 멤버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팀이 우승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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