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온도차 ‘극명’···민간에선 올해도 1%대 전망 잇따라

이윤주·박채영 기자 2024. 1. 25. 16: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제 흐름을 보면 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것도 문제지만, 수출과 내수 사이에 온도차가 극명하게 보인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정부가 “민생회복 체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좋지 않고, 수출 개선에 따른 내수 활성화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얼어붙은 소비와 불확실한 대외여건을 감안하면 올해도 1%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민간 기관의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를 보면 지난해 민간소비는 1.8% 증가에 그쳐 2022년 증가율 4.1%에 크게 못미쳤다. 지난해 4분기만 떼어서 보면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2% 증가하는데 그쳤는데, 그나마 플러스가 나타난 것도 국외 소비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과 고용에 직접적으로 보탬이 되는 국내 소비가 아닌 해외여행 등에 따른 국외 소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3분기 0.2%포인트에서 4분기 -0.2%포인트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가 정부 예상을 빗나가는 수준으로 안 좋았던 한해였다”면서 “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금리 인하도 당장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올해 역시 소비가 안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 수출이 개선 흐름을 보이는 것이 내수 부진을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분기보다 1.1%, 전년 동기대비 6.5% 증가했다. 새해 들어 지난 1~20일 기준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19.7%에 달하고, 대중국 수출액도 20개월만에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예전처럼 수출이 경제를 이끄는 힘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투자를 늘린다는 측면도 있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구조적 변화 등을 감안하면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할 정도의 힘은 예전처럼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장기저성장’ 우려에 대해 “잠재성장률을 2023년 기준으로 2.0%로 보고 있는데, 연구기관 등의 관측에 따르면 이후 1%대, 0%대까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적 변화이고, 생산성 저하와 중국·인도 등과의 경쟁, 세계적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이슈도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거나 잠재성장률을 올리려면 정부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도 수출이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고, 성장의 강도는 미약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은은 2%대 초반 성장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기부진이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미국도 점차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여 대외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 될 수 있을 지 낙관하기 어렵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는 완만한 둔화세가 접어들었고, 중국과 유럽 등의 소비는 동력이 약한 상황”이라며 “결국 중국 소비 회복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의 강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민간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1%대로 예측하는 곳도 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날 세미나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수출 및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개선되겠지만, 건설 부문이 성장세를 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건형·김찬희 연구원은 “수출 개선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올해도 성장세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최근 고물가, 고금리가 진정되는 가운데 소비 심리가 바닥에서 반등하고 있지만, 서비스 이연 수요 약화와 누적된 긴축 충격으로 고용 회복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LG경영연구소(1.8%), KB금융지주(1.8%) 등도 1%대 성장률을 내놨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