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외면한 5대 은행…대기업대출 44조 늘릴때 기술신용 18조 줄여

김도엽 기자 2024. 1. 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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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술 벤처·중소기업이 5대 은행의 대출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신용대출 감소는 5대 은행이 기업금융 강화를 외치며 대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기술금융 실적을 늘리기 위해 특별한 기술력이 없는 기업임에도 TCB 평가를 의뢰해 기술신용대출로 취급해왔던 관행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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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술 벤처·중소기업이 5대 은행의 대출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은행들은 기업금융 강화를 외쳤지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기업 대출에 집중했다. 금융당국이 기술신용평가(TCB) 발급 기준도 강화하면서 기술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75조8216억원으로 전년 말(194조4129억원)에 견줘 18조5913억원(9.6%) 줄었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 상품을 말한다. 2014년 제도가 도입된 후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은 일반 중소기업 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1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받았다.

기술신용대출 감소는 5대 은행이 기업금융 강화를 외치며 대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5대 은행의 지난해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49조7089억원으로 전년말(105조4609억원)에 견줘 44조2480억원(42%) 급증했다.

고금리 등으로 경기가 어려워지자 담보가 확실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을 늘린 셈이다. 5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말 중소기업 연체율은 0.35~0.50%로 전년 동기(0.14~0.29%) 대비 은행별로 0.13~0.21%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체율은 국민은행이 0.04%p 하락한 0.02%를 기록하는 등 0.01~0.13%로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업을 중심으로 중견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도 부실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대기업 위주의 여신 성장이 이어졌다"며 "대기업의 자금 필요성과 은행의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은 금융당국이 2022년 8월부터 TCB 발급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에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기술금융 실적을 늘리기 위해 특별한 기술력이 없는 기업임에도 TCB 평가를 의뢰해 기술신용대출로 취급해왔던 관행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강화된 기준을 도입하기 전 2년간 유예기간도 부여했다.

실제로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은 기술신용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을 운영하는 다른 12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2조9636억원 늘어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부여한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대형은행들이 기술신용대출의 거품을 꺼뜨리지 못한 상태에서 규제가 적용되면서 대출잔액이 급속도로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성 이슈도 부각된 만큼 기술신용대출이 한동안 타이트하게 집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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